35개 펀드 올 들어 수익률 7.24%
독일ㆍ프랑스 등 증시 호조로 탄력
美 주춤하는 사이 자금 유럽으로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촉각
유럽펀드가 연초 이후 평균 7%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비상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을 통해 내년 9월까지 1조1,400억유로(1,435조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풀기로 결정하면서 유럽 증시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덕분이다. 유럽 주가의 장기 상승을 점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ECB의 양적완화 계획에 따라 내달부터 공급되는 월 600억유로의 유동성이 증시를 떠받친다면 유럽펀드 수익률도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적완화 힘입어 한 달 만에 7%대 수익률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5개 유럽펀드가 올 들어 거둔 수익률(6일 현재)은 7.24%.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0.49%)을 압도하는 실적으로, 지역ㆍ국가별 펀드 가운데 인도펀드(7.87%)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다. 개별 펀드 중에선 KB자산운용(유로인덱스펀드), 알리안츠자산운용(유럽배당펀드), 슈로더자산운용(유로펀드)의 상품이 연초 대비 8% 이상 올랐다. 이들 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16~17%)의 절반을 한 달여 만에 거둔 셈이다. 하나UBS, 템플턴 등 수익률 7%대 유럽펀드를 보유한 자산운용사도 다수다.
유럽펀드의 질주를 뒷받침하는 것은 유럽 증시의 호조. 6일 현재 독일 DAX지수는 연초 대비 11.08%, 프랑스 CAC40지수는 10.32% 올랐다. 유로스톡스50(유럽을 대표하는 50개 우량 상장기업)지수 역시 8.24%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예상보다 큰 규모의 채권 매입을 결정한 데다가 내년 9월 추가 양적완화 여지까지 남기면서 글로벌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자금 유럽으로 몰려드는 추세”
시장에선 유럽펀드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달러 강세를 배경으로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던 미국이 최근 경기지표 부진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 완화로 주춤하는 사이 유럽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미국 경기 모멘텀은 둔화하고 있는 반면, 유럽의 경기 모멘텀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꾸준히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멘텀 우위에 기반한 유럽의 주식시장 주도력은 최소 3월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ER)에 따르면 최근 4주 동안 북미 지역에선 자금 유출, 서유럽에선 자금 유입이 각각 나타났다.
유럽펀드 낙관론은 특히 내달 양적완화 시행을 계기로 유럽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결부된다. 김일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ECB의 유동성 확대와 함께 유로존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유로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유럽 수출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일 만하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상장지수펀드(ETF)나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 대상이란 조언도 나온다.
유럽펀드라고 다 같진 않다
디플레이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유럽경제의 여전한 불안요소는 유럽펀드 투자에 있어 염두에 둘 사안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시행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디플레 압력 및 금융기관 대출 확대 불확실성, 미국 경기 부진 등 유동성 확대 효과를 상쇄할 만한 변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 보니 같은 유럽권이라도 유가 하락,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악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나 동유럽보다는 유로존 위주로 투자하라는 주문이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 편입비중이 높은 유럽신흥국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0.46%에 머물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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