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억 손해 본 블락플라츠 투자, 광물자원公, 국조 눈앞 뒷북 시인
이사회도 "면밀한 검토 없었다" 他 공기업 고해성사 잇따를지 주목
이명박정부의 무모한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자원외교의 한 축을 담당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락플라츠(Vlakplaats) 유연탄광 개발사업의 실패의 원인에 대해 “연간 투자목표 달성에 급급해 초기검토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투자목표’를 누가 지시했는지 ▦왜 무리하게 투자목표를 달성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사실상 MB정권의 자원외교가 성급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국정조사가 다가오면서 다른 공기업들의 자기고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블락플라츠 탄광 계약이 체결된 2010년 11월 당시 광물자원공사 관리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 2차관은 당시 정권실세로 ‘왕차관’이라고 불리던 박영준 전 차관,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김신종씨였다. 또 그 해 3월 이명박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의원은 특사자격으로 남아공을 방문했다.
9일 ‘정부 및 공공기관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지난달 블락플라츠 사업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실패 원인에 대한 설명도 첨부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대규모 채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제성이 부족할 수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했어야 하지만 연간 투자목표 달성에 급급하여 사업을 추진한 결과, 탐사광구 내 습지로 인한 환경문제 등 개발제한 요소에 대한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또 “기술실사결과 당초 파악한 원탄의 탄질(회분 및 열량)과 차이가 있었어도 지분인수가액 재협상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거수기 역할로 자원외교 실패를 거들었다고 비판 받는 이사회마저도 블락플라츠 사업 포기 당시 광물자원공사의 허술한 투자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실이 입수한 광물자원공사 이사회 회의록(2014년 1월)을 보면 김모 이사는 “갑자기 지도가 바뀌거나 새로 강이 생긴 것이 아닌데 결정할 때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사는 “익스큐즈(excuse)를 하기 어려운 실수”라고 언급했다.
블락플라츠 유연탄광은 부실한 현장조사, 사업성 부풀리기, 대대적인 홍보 등 묻지마 식 자원외교 실패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다른 실패 사업들과 같다.
당시 “한국기업 최초로 아프리카 유연탄 광산 확보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남아공의 습지법 규제로 애초부터 사업이 불가능했다. 이런데도 광물자원공사는 현지 법무법인(로펌)이 실사보고서를 내기도 전에 계약을 체결했고, 탄질 수치를 부풀려 이사회 사후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규모 습지에 문화유적 공동묘지 목장 등이 산재해 개발가능 면적은 당초 1,207㏊에서 522㏊로 43.2%로 줄었고, 탄질은 경제성도 없었다. 187억원을 투자한 광물자원공사는 176억원을 손실처리하고 지난해 1월 사업을 포기했다. 막대한 예산이 날아갔어도 책임추궁은 팀장 1명이 경징계인 감봉을 받고 끝났다.
김제남 의원은 “블락플라츠 사업은 ‘MB 자원외교 참사’의 결정판”이라며 “이런 황당한 사업으로 혈세 176억원을 낭비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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