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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넘게 걸리는 식물 세밀화, 사진보다 더 사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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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넘게 걸리는 식물 세밀화, 사진보다 더 사실적

입력
2015.02.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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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의 잔주름·암술의 돌기 등 렌즈로 잡기 힘든 부분까지 묘사

정확한 관찰·지식 있어야 작품 나와

세밀화 기법으로 그린 희귀식물 ‘금새우난’(위쪽 그림)과 ‘해오라비난초’. 국립수목원 제공
세밀화 기법으로 그린 희귀식물 ‘금새우난’(위쪽 그림)과 ‘해오라비난초’. 국립수목원 제공

3일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한국식물세밀화협회 현판식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희귀난초 세밀화 40여 점이 전시된 것이다. 꽃이 요강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광릉요강꽃, 열매가 으름과 비슷한 으름난초 등을 세밀화로 정교하게 표현, 우리나라 난초들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꽃 구조가 특이하고 아름다워 원예종으로 널리 사랑 받는 난초과 식물들은 세계적으로 800여종, 우리나라에는 120여종이 분포돼 있는데,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식물세밀화협회장인 구지연 화백은 “한국식물세밀화 보급 15년여 만에 처음 협회 보금자리가 생긴 것을 기념해 전시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식물세밀화협회장 구지연(오른쪽에서 세번째) 화백이 3일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 세밀화 화가 및 수목원 관계자들과 함께 협회 현판을 달며 전시회 개회를 알리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한국식물세밀화협회장 구지연(오른쪽에서 세번째) 화백이 3일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 세밀화 화가 및 수목원 관계자들과 함께 협회 현판을 달며 전시회 개회를 알리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30년 이상 동양화를 그린 구 화백은 1999년 처음 식물세밀화를 한국에 들여와 보급시킨 주인공이지만 처음에는 한국화를 전공했다. 97년 미국 뉴욕에서 그림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세밀화를 접한 후 이를 식물에 접목시켜 식물 세밀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세계식물학회가 주관하는 ‘아트 인 사이언스(Art In Science)’ 국제전에서 최고상과 영국왕립원예협회 메달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구 화백은 “세밀화는 사진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묘사하는 과학적인 그림”이라면서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폭 1㎜도 안 되는 잎사귀의 잔주름과 돋보기로 봐야 보이는 암술의 돌기까지 표현하는 게 세밀화의 정수다. 광릉요강꽃에도 20㎝에 이르는 넓은 잎에 가느다란 주름 수백 개가 숨겨 있다. 그래서 세밀화 한편을 그리는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보고 아는 만큼 그리기 때문에 먼저, 꽃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게 우선이다. 꽃이 어떻게 피고 지며 열매를 맺기까지 식물에 모든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관찰에만 1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구 화백은 “식물 세밀화는 일반적인 그림이 아닌, 학문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관찰이 끝나면 간단한 스케치를 시작하고 화폭에 구성을 한 뒤 채색을 하는데, 식물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그림 작업만 6개월에서 길게는 7, 8개월 정도 걸린다.

구 화백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 뿐 아니라 정확한 관찰과 식물학적 지식이 더해져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했다. 한 명의 작가가 다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면 여러 명의 세밀화가들이 함께 작품별로 진행한다.

어려운 작업을 지속하는데 대해 구 화백은 “완성 후 작가가 얻는 만족도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그림의 아름다움이 직접 전달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세계 세밀화가들이 연대한 중ㆍ대형급 전시회도 구상 중이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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