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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3·11 조합장 동시선거도 중요하다

입력
2015.0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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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선거 없는 해라는 말이 무색하다. 올 한해 전국 단위 공직 선거는 잡혀 있지 않다. 하지만 연초부터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 유승민 후보가 승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가 새 당대표로 선출되는 등 정치권의 변화를 예고하는 주요 당내 선거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및 소속 국회의원직 박탈 결정으로 4월 치르게 될 보궐선거 또한 헌재 심판에 대한 여론의 추이, 집권 3년차 박근혜 정권에 대한 평가, 여야 새 대표들의 정치력 시험, 진보신당 창당 움직임 등과 맞물리면서 의미가 한층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을 넘어 시민사회로 눈을 돌리면 올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선거가 예정돼 있다. 3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농ㆍ수ㆍ축협ㆍ산림조합 등 전국 1300여개 조합에서 조합원 280여만명이 선거인으로 참여하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과거 개별조합 선거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돈 선거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작년 8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 제정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처음으로 전국 동시선거로 시행되는 것이다. 이제 조합장 선거는 더 이상 조합원들만의 동네 선거가 아니며 제2의 지방선거로 불릴 만큼 대규모 전국 선거로 치러지면서 국가적 관심과 언론 및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관심은 주로 조합장 선거 비리에 맞춰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새로운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돈 선거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는 얘기다. 조합장이 고액연봉과 예산ㆍ인사권 등 막강한 권력을 누릴 수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후보자에게 불출마 조건으로 돈을 건네거나 조합원들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합장 후보자의 양심과 조합원의 책임의식에 호소하기도 하지만 주로 선거관리위원회와 공안당국의 보다 강력한 규제와 엄정한 대응을 처방으로 제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과도한 규제에 있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마디로 새로 제정된 위탁선거법 하에서는 극히 제한된 선거운동으로 새로운 입후보자들이 얼굴 알리기가 힘들고 조합원의 알권리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길게는 120일, 짧게는 60일 전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반면, 이번 조합장 동시선거는 아예 예비후보자등록제 자체가 없다. 선거운동 기간도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13일로 제한되고 선거운동은 본인만이 할 수 있으며 후보자들의 합동토론회와 정책설명회도 막아 놓다 보니 결과적으로 현직 조합장에 유리하고 새로운 참신한 조합장 후보에게는 불리한 선거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혹자는 위탁선거법 제정의 배후에는 일반 조합원의 권익증진보다는 임직원의 기득권을 우선시하는 농협 조직과 이에 동조 내지는 편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로 이뤄진 ‘철의 삼각형’이 작동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결국 근본적인 처방은 밑으로부터의 선거혁명을 통한 인적쇄신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농협 개혁을 위한 전국 조합장들의 모임인 ‘정명회’ 등 뜻을 같이 하는 농민ㆍ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제대로 뽑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조합원 그들만의 동네선거가 아니다. 유권자는 아닐지언정 우리 모두가 이해당사자다. 우선 농ㆍ축산ㆍ수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발전은 공정한 조합장 선거를 통한 조합 개혁에서 시작한다고 볼 때, 우리는 농축수산업 소비자로서 이번 선거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또한 조합이 갖는 지역사회의 공적ㆍ민주적 역할을 고려할 때 우리 모두 민주시민으로서 이번 선거에 관심과 후원을 보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위탁선거법은 농ㆍ수ㆍ축협ㆍ산림조합 뿐 아니라 ‘임원 등의 선출을 위한 선거의 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려는 모든 단체’에 적용된다. 즉 각종 조합부터 아파트관리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각종 ‘결사의 삶’에 관련한 문제인 것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가 정치권 선거만큼 중요한 이유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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