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징역 3년 실형 선고 "선거법 위반 유죄" 1심 뒤집어
"자유민주주의 훼손한 것 명백" 2012 대선 정당성 논란 재연 전망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9일 “불법 선거개입”이라고 판단했다.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운동은 아니었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원 전 원장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댓글 공작’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에 의한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의 수혜를 입고 당선됐다고 볼 수 있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선 불공정’ 논란도 재연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이날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선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의 이메일 첨부 파일(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 파일에 기록된 트위터 계정들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새로 인정되면서, 1심과 비교해 정치ㆍ선거 개입에 쓰인 트위터 계정이 175개에서 716개로, 트윗(리트윗 포함) 글은 11만여건에서 41만여건(선거 관련 13만6,000여건, 정치 관련 27만4,000여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국정원 댓글’이 정치관여뿐 아니라 선거개입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 국정원 심리전단의 선거 관련 사이버 활동이 급증했다”며 “이후 글들은 특정 정당 낙선 의도가 명백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안철수ㆍ문재인 후보 및 야당을 반대하는 성격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이어 “‘원장님 지시말씀’과 국정원의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를 볼 때, 심리전단 활동은 국정원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원 전 원장의 책임임을 명백히 했다.
이러한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 재판부는 “대북 심리전이라는 본연의 활동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한 것이 명백하다”며 “정보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이 요구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외면한 채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개입한 것”이며“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근본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도 했다.
원 전 원장은 구속에 앞서 “저로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인인 이동명 변호사는 “굉장히 실망스런 결과이며, 의뢰인들을 만나본 뒤 상고여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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