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이사 선임 요구…"적대적 M&A 의도 없어"
일동제약 "적대적 M&A 아니라는 신뢰할 수 있는 입장 보여라"
녹십자와 일동제약간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이 1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9일 양사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지난 6일 일동제약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해 다음 주주총회에서 자사가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 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는 총 10명의 이사진 중 이정치 회장을 포함한 3명으로, 녹십자는 이중 감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의 선임을 요구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주주로서의 당연한 요구일 뿐 적대적 M&A의 의도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일동제약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녹십자는 협력과 발전을 표방하고 있으나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고 이번에는 예고 없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등 일련의 권리행사가 적대적 M&A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일동제약은 "이러한 주주권리행사는 오히려 일동제약의 중장기 전략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녹십자가 내세운 협력 취지에도 위배된다"며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입장과 조치를 요구한다"며 녹십자에 16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의 다음 주총에서 이사 선임을 놓고 양사가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녹십자는 2012년 일동제약 지분율을 15.35%로 늘려 2대 주주에 올라선 후 지난해 1월 추가로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29.36%까지 확대했다. 최대주주(32.50%)와의 차이가 3%포인트 가량에 불과하다. 주식 보유 목적도 변경해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녹십자는 이어 지난해 1월 일동제약의 임시 주총에서 기관투자자 피델리티와 함께 회사 분할안에 반대표를 던져, 경영 안정화를 위해 지주사를 설립하려던 일동제약의 시도를 무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임시 주총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집하는 등의 행보는 보이지 않았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은 9천753억원이며, 작년 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은 일동제약의 2013년 매출은 3천952억원이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매출액이 1조4천억원에 달해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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