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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불안해… 거꾸로 가는 금융

입력
2015.02.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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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마이너스 국채 발행, 저성장 가속… 안전 자산에 돈 몰려

은행 순익, 보험에 추월당해… 저금리 탓 은행 예금 이탈 가속

한국 증시, 글로벌 동조 이탈… 세계 증시 시총 1년 새 5.6% 증가

우울한 뉴 노멀 풍경 3제

세계적인 불경기에 맞선 각국의 돈 풀기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갖은 기현상이 금융권에 만연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돈을 맡기고도 원금조차 못 건지는 마이너스 국채금리가 일상화됐고, 국내에선 자산규모가 두 배 이상 큰 은행권의 순이익이 보험권에 처음 역전당했다. 수년째 글로벌 흐름에서 격리된 채 제자리 걸음만 반복 중인 국내 증시 역시 생소하긴 마찬가지다. 우울한 새 풍경들(뉴 노멀ㆍ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 만성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 주요국 마이너스 국채 발행 속출

각국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돈 풀기 정책을 시행하면서 주요국들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지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9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4개 선진국의 국채 발행잔액 33조달러 가운데 4조달러(12%)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일본 등 10개국이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발행했다. 투자자들이 만기 때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건지는 데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로까지 곤두박질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달 들어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의 4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금리는 회사채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0.008%)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이날 현재 기준금리(연 2.0%)보다 낮은 1.99%에 머물러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채권시장 자산 거품이 사라지면서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 은행 순이익 보험권에 추월

국내에서는 자산규모가 두 배 이상 큰 은행권의 순이익이 보험권에 사상 처음으로 추월 당했다. 저금리 여파에 은행 예금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이자수익이 급감한데다 미래 불안 심리 증가에 따른 보험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ㆍ지방ㆍ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총 6조2,000억원. 전년도(4조원)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난 수치이지만 10조원 안팎을 오가던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쪼그라든 수치다. 이에 비해 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ㆍ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를 합친 56개 보험사는 작년 1~3분기 순익이 5조1,000억원이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4분기 실적을 합치면 지난해 순익은 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총자산 규모가 보험권(830조원)의 두 배가 넘는 은행권(1,700조원)이 순이익에서 뒤처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똑같이 저금리 여파에 휘청대고 있지만 은행권이 더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과거 고성장, 고금리 시대처럼 가만히 앉아서 영업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셋. 국내외 증시 디커플링

국내 증시와 글로벌 증시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심화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 정책 시행으로 증시를 부양하고 나섰지만 우리 증시는 수년 째 박스권(1,850~2,050)에 머물면서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증시 시가총액(시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63조5,000억달러. 전년 말 60조1,000억달러보다 5.6% 증가하면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NYSE)가 7.8% 성장하면서 세계 증시 내 시총 비중이 30%를 넘어섰고, 중국 증시(상해종합지수)는 전년 대비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57.5% 늘어났다.

반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조2,127억달러로 전년(1조2,345억달러) 대비 1.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세계 증시 내 한국 증시 비중도 2013년 말 2.06%에서 지난해 말 1.91%로 줄었고, 시가총액 순위도 한 계단(13위→14위) 내려앉았다. 서명찬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미국 증시가 오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국내 증시도 탄력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동조화 현상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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