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측 핵심그룹 "당직 등 일절 나서지 않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계파간 극한대립으로 치달았던 2·8 전당대회의 후유증을 추스르기 위해 내부 통합에 적극 나섰다.
9일 윤곽을 드러낸 1차 당직 인선에서 '김현미 대표 비서실장-유은혜 대변인' 쌍끌이 카드를 꺼내들며 '탈(脫)계파·탕평' 의지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의 사람들'은 일단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조력자 그룹으로서 문 대표를 '후방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표를 도왔던 일부 핵심 의원들은 전날 "당직 등에 일절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모아 문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을 비롯, 비노(비노무현) 진영 등 타계파와 조기에 관계개선을 이룰지 여부도 내부 갈등 조기 봉합이냐 대립 격화냐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친노 전면 배제"…계파 청산 가능할까 = 이날 임명된 김현미-유은혜 의원은 친노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여성이라는 점, 오랜 당 생활로 잔뼈가 굵은 당직자 출신이라는 점, 대인관계가 두루두루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점 등이 공통분모이다. 둘 다 당 부대변인을 거쳤으며, 김 의원은 당 대변인, 유 의원은 원내 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친노 직계를 배제, 탈계파를 표방한 동시에 당내 화합과 대언론 관계 등을 염두에 둔 다중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핵심 인사는 "앞으로 이어질 후속인선에서도 탕평인사라는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전날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계파 논란을 제가 확실히 없애겠다. 백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공정한 당 운영을 강조했고, 선거 과정에서도 "당직 인사에서 조금이라도 친노를 챙기는 기색이 보이면 당 안팎에서 난리가 나지 않겠나. 그 순간 저는 실패한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노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김한길·안철수 세력과 박지원 의원측 인사 등 반대편에 서 있던 그룹을 대상으로도 발탁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다소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박지원 의원과 빨리 만나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당내 상임고문단 연석회의 등을 통해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광주 지역의 숙원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 텃밭인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도 시동을 걸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는 이날 동교동 사저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는 일정도 계획했으나 이 여사측 사정으로 11일 오전으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
◇'文의 사람들' 후방으로…조력그룹 역할 할 듯 = 그동안 문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문재인의 사람들'을 비롯, 친노 그룹은 문 대표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단 전면에서 물러나 후방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원 그룹 가운데서는 좌장격인 노영민 의원과 '대변인격'으로 활동했던 윤호중 의원, 전해철 의원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 출신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대선 당시 캠프 비서실장을 지낸 노 의원은 문 대표가 라디오 후보토론에서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상의하는 사람"이라고 각별함을 표시한 인사이기도 하다.
실제 노 의원을 비롯한 일부 핵심 인사들은 전날 저녁을 함께 하며 "문 대표가 '계파의 기역자도 안 나오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데 있어 부담을 덜어주자", "내년 총선 때까지 지역구에 집중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러한 뜻은 노 의원을 통해 문 대표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노 진영 일각에선 문 대표와 가까운 핵심 인사들이 의사결정 과정 등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지만, 한 관계자는 "누굴 자리에 앉혀놓고 비공식적 라인을 활용하는 것은 문 대표의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당직에 임명된 공식 채널을 통해 많은 것을 상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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