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영어 교재로 무단 활용해 온 서울 강남의 유명 어학원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학원가는 저작권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 김기영)는 이코노미스트가 강남의 A어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A어학원은 2009~2012년 이코노미스트 수록 기사를 무단으로 복제해 영어교재를 만들고 강의를 했다. 수강생에게는 돈을 받고 해당 교재를 팔았다. 2009년 기준 이 어학원의 수강생은 1만5,000여명에 이르렀다.
이코노미스트 측은 A어학원을 지적재산권을 침해 혐의로 2012년 검찰에 고소했고 형사재판에서 어학원 법인과 직원 1명은 2013년 7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후 이코노미스트 측이 낸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1억원 손해배상과 함께 해당 교재는 물론 교재 표지 등이 표시된 학원 광고물도 폐기하라고 결정했다. 손해배상액은 이코노미스트가 영국의 다른 회사에 자사 저작물을 이용한 영어교재 제작과 브랜드 사용을 허가하는 대가로 매년 최소 6만6,000파운드(약 1억1,000만원)를 받기로 한 계약 사례를 근거로 산정됐다.
강남의 S어학원 관계자는 “대형 영어학원들은 대부분 정식 판권을 구입해 사용하지만 소형 학원이나 소규모 강의에서 관례적으로 사용한다”고 털어놨다. 강남의 B어학원 강사는 “영어 청취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해외 뉴스를 인용하지 않고는 강의 자료를 만들 수가 없다”며 “해외 뉴스를 무단 인용하지 말라는 판결이 나와 강사들 사이에 ‘강의 형태를 바꿔야 하나’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익훈어학원 관계자는 “저작권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그에 따른 벌금액수도 커서 저작권 침해에 대해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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