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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골드 바(gold bar)’ 열풍

입력
2015.02.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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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리(dowry)’는 인도에서 신부의 결혼지참금을 뜻한다. 신부는 통상 금 장신구 형태로 이를 가져간다. 전통 혼례 의상인 ‘사리’을 입고 온 몸을 화려한 금 액세서리로 치장하는데, 표준 세트가 귀걸이 한 쌍, 코 핀과 반지, 목걸이 각각 하나, 팔찌 두 개 등 모두 7개나 된다. 장신구 하나에 순금 20~200g 정도가 들어가 우리 돈으로 500만~5,000만원이나 필요하다. 딸의 혼사 때문에 기둥뿌리가 뽑히는 집안이 속출하지만 금이 마귀 추방에 효과가 있다는 믿음 탓에 이런 풍습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도가 세계 1위 금 수요국이 된 배경이다.

▦ 2000년대 들어 국제 금값은 음력 설 직전에 뛰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금을 엄격히 관리해 오던 중국 정부가 2002년 상하이 금 거래소 개장을 계기로 일반인도 자유롭게 금 관련 상품을 사고 팔게 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황금을 유독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춘지에(春節ㆍ설)나 경사 때 금 장신구를 주고 받는 전통이 있는 데다, 금을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여기게 되면서 폭발적 수요를 불렀다.

▦ 국내에도 최근 금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2009년 이후 다시 국제 금값이 오르면서 부유층의 전유물로 간주됐던 골드 바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은행은 물론이고 홈쇼핑도 가세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당 5,000만원인 골드 바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엔 37.5g(200만원)과 10g짜리(50만원) 소액 골드바가 전체 판매액의 70%를 차지한다. 주가는 신통치 않고 은행 예금금리도 1%까지 내려앉자 일반인들까지 골드바 구입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 금값은 달러화 가치와 반비례 관계에 있다. 달러화가 약세면 오르고, 그 반대면 내리곤 한다. 또 상품에 비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 시기에는 단기 매매, 디플레 때는 장기투자가 원칙이다. 미국에서 1955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금을 사 보유했을 경우를 전제로 금값 동향을 조사해 보니 1975년(약 1.6배)과 1980년(약 0.7배)을 빼고는 물가상승률보다 최소 2.4배가 넘는 이익을 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십~수 백배가 뛴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할 바 아니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디플레 우려가 높고, 달러화는 강세 추세다. 골드 바 투자자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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