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적용 반대했던 황교안 법무 타격 불가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9일 서울고법 항소심 판결은 대선·정치개입 의혹 수사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검찰 안팎의 여진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수사과정의 극심한 내부갈등을 외부에 노출한 사달이 난 이후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검찰 조직 차원에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1심 판결을 뒤집고 실형 선고를 얻어낸 '성과'에도 표정관리를 못하는 이유는 당시 갈등 국면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일부 수뇌부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시사하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수사 당시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는 상당한 타격이다. 황 장관은 '법률가로서의 양심'까지 거론하며 구속영장 청구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됨에 따라 현 정부의 정당성을 지키려는 것 아니었냐는 비판에 또다시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과 수사를 적극 지원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게는 상징적 '복권'의 의미가 있다.
채 전 총장은 대선개입 수사를 밀어붙이면서 이미 박근혜 정권의 눈밖에 났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는 원 전 원장이 기소되고 3개월여만에 혼외아들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윤석열 팀장과 박형철 당시 부팀장은 항명 사태 이후 징계를 받고 각각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악조건 속에서 공소유지를 해온 수사팀으로서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1∼3심 판결,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까지 5번의 선고 가운데 첫 승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이 사태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판결의 의미는 남다르다. 검찰·법무 수뇌부는 이들의 사기를 꺾고 지방으로 내쫓아 공소유지를 방해했다는 비판마저 받아왔다.
딜레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무죄가 확정된 이후 그의 수사·재판에 절대적으로 기댔던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의 위증 혐의 입증에 나선 상황이다.
설 연휴 전후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 당시 수사팀 검사들을 어디에 배치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각각 특수·공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두 고검검사는 사법연수원 기수로 따지면 이번 인사 때 대검 참모 후보군에 있다.
원 전 원장 무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잔여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른바 '좌익효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여전히 수사 중이다.
'좌익효수'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2011∼2012년 호남과 야당을 비하하는 악성 인터넷 게시물·댓글을 3천건 넘게 남겼다. 검찰은 이 아이디의 주인을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하고 지난해 6월 소환조사했으나 원 전 원장의 재판 결과를 보고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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