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제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국립 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대선 후보 때 독재권력을 휘두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묘역 참배를 거부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행보다.
야당이 터부시했던 두 전직 대통령 참배의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문 대표는 참배 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과(過)를 비판하는 국민도 많지만, 한편으로 공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며 “묘역 참배 여부를 두고 계속 이런 갈등을 겪는 것은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대혁명의 폐해로 격하운동이 거셌던 중국 공산혁명 지도자 마오쩌둥을 두고 피해자였던 덩샤오핑이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정리, 마오 사후 의 혼란을 수습했던 데 비추어 보더라도 문 대표의 인식 변화는 바람직하다.
문 대표의 이런 행보가 대권을 염두에 둔 이미지 개선 전략과 어떤 연관이 있든, 우리 정치ㆍ사회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싶다. 우선 이념ㆍ노선 갈등의 심화로 조정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못한 채 갈등ㆍ대립 극대화로 치달아 온 정치ㆍ사회의 편 가르기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다만 문 대표 스스로 지적했듯, 역사적 가해자와 보수 세력의 자세 변화가 함께 할 때 진정한 통합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문 대표와의 만남에서 이른 시간 안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키로 한 것이 그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하지만 문 대표의 역사와의 화해, 국민통합 의지 천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 또한 여전하다. 당장 야당에서 자신의 존재 증명에 급급한 강경파가 문 대표의 이ㆍ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비판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당 정체성과 노선의 변화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는 문 대표의 강경한 수락연설 분위기와도 딴판이어서 전체적 방향성이 혼란스럽다.
정치적 대립의 극대화가 ‘야당다운 야당’을 부각할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여당과의 갈등과 대립을 고집해서 야당이 ‘재미’를 본 일이 거의 없다. 대여 관계에서 유연전략을 채택한 문희상 비상대책위 체제가 야당 지지율을 상승 추세로 반전시켰음도 간과하기 어렵다.
야당의 협조 없이 어떤 법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국회선진화법 시대에 중산층과 중도세력이 원하는 야당상이 무엇인지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 대표의 어제 참배가 그런 고민의 한 결과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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