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슬람국가(IS)가 지배 지역과 인접한 시리아에 취재차 입국하려던 50대 프리랜서 사진기자의 여권을 강제로 압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슬람국가(IS)에 의한 일본인 인질 살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인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지만, 도항 및 취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반발도 있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외무성 관계자와 경찰은 7일 니가타시에 거주하는 사진기자 스기모토 유이치의 집을 방문, 여권 반납 명령서를 제시하고 여권을 압수했다. 외무성이 적용한 사례는 여권법의 생명보호규정에 따른 것이다. 일본 여권법 19조에는 여권 명의인의 생명, 신체, 재산 보호를 위해 도항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여권 반납을 명령할 수 있다. 일본이 이 조항을 적용, 여권 반납 명령을 집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스기모토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터키를 거쳐 시리아에 입국하겠다고 밝혀와 경찰과 함께 시리아 입국 자제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의사를 굽히지 않아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외무성은 IS가 1일 인질로 붙잡고 있던 일본 언론인 고토 겐지를 참수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일본 정부에 “당신네 국민이 어디서라도 발견되면 모조리 죽이겠다”고 위협한 것을 계기로 시리아에 있는 일본인에 대해 피난권고를 내렸다.
외무성이 언론인의 위험지역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고토가 시리아에 입국하기 전 수차례 전화 통화에서 입국을 만류했으나 이를 듣지 않아 사태를 자초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언론인의 시리아 취재를 강제로 막지 않으면 제2, 제3의 인질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사전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스기모토가 정부의 요구에 불응하자 총리 관저에서 대응을 논의한 뒤 외무성 직원이 이날 직접 자택을 방문, 명령서를 건네고 여권반납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취재의 자유 침해 논란도 적지 않다. 스기모토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여행은 쿠르드족 자치조직이 IS로부터 탈환한 시리아 북부도시, 자유 시리아군, 터키 국내의 난민 캠프 등을 취재하는 것이 목적으로, IS 지배지역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일본 정부가 도항, 언론 보도의 자유를 빼앗은 것”이라고 분개했다.
아사히신문은 “헌법 22조에는 누구든지 외국에 이주하거나 국적을 이탈할 자유를 침해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거론, 이번 조치가 논란을 낳을 소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프리 저널리스트 야스다 준페이는 “정부가 취재 가능 지역을 임의로 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가 선과 악을 판단, 취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타바시 이사오 공공정책조사회 제1연구실장은 “일본인이 지금 시리아에 가면 IS에 붙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행의 자유보다는 일본인 보호를 위해 여권 반납 명령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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