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적은 통합개발 기대감에 상승
1년 만에 3.3㎡당 2000만원 회복
중소형 매매가 1년새 1억 뛰어
"삽 뜨기엔 상당 시간… 신중해야"
직장인 엄모(45)씨는 지난해 초 서울 목동 5단지아파트를 구입하려다 보류했다. 당시 엄씨의 눈에 들었던 아파트(전용면적 65㎡) 가격은 5억4,000만원선. 하지만 수년째 하락세를 이어온 탓에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엄씨는 크게 후회하고 있다. 그 사이 동일한 면적의 아파트가 6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엄씨는 “한동안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부동산 중개사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이 가격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불과 1년 새 1억원 넘게 손해를 본 셈이다.
2009년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긋던 서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값이 5년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9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집계에 따르면 목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3.3㎡ 당 2,044만원으로, 1년 만에 2,000만원 선을 회복했다. 목동은 강남 3구와 용인, 분당, 평촌과 더불어 한때 ‘버블 7’ 지역으로 꼽혔던 지역. 한때 3.3㎡당 평균 매매가가 2,500만원을 웃돌았지만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2013년 결국 2,000만원 밑(1,984만원)까지 떨어졌다.
목동 신시가지에서 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전용면적 70㎡ 내외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2013년 말엔 3.3㎡당 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2,4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95㎡ 아파트는 3.3㎡ 당 가격이 2,000만원에서 2,550만원 정도로 뛰어 8억에 미치지 못했던 매매값이 작년 말 8억9,500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이뤄진 거래내역을 봐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오름세는 꾸준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land.seoul.go.kr)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초 6억3,800만원에 팔렸던 목동 1단지(전용 65㎡) 아파트는 1월 중순 500만원 오른 6억4,3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6단지 47㎡의 경우 역시 12월 중순 4억4,800만원에서 1월 말 4억5,800만원으로 한 달여 만에 1,000만원이 뛰었다.
최근 목동 아파트 가격 반등의 가장 큰 원인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다. 전문가들은 준공시점이 1985년에서 1988년으로 정부의 재건축연한 완화(40년→30년) 혜택을 받는 목동 신시가지를 개별 사업방식으로 재건축하는 것 대신에 통합 형태로 개발하는 안이 부각되면서 가격상승세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양천구가 지구단위계획에 앞서 2만6,600여 가구의 목동 신시가지 전역을 통합해 재건축하는 방식에 대한 지역주민의 의견을 설문형태로 받고 있어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통합형태로 재건축할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견해도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아직은 회복 추세에 대한 추가 확인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재건축을 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실입주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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