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타면 사람들이 너무 가까워져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신체 접촉도 그렇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냄새가 코를 찔러 참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옷과 머리카락에 냄새가 잘 배는 것 같다. 어느 미용사가 손님들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냄새로 그들의 식단을 알 수 있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코가 예민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기, 해물 등 냄새가 독특한 것들을 먹고 온 손님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다. 그런데 돌잔치, 결혼식 피로연 등 단체 뷔페식을 다녀온 사람의 머리카락 냄새도 분별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향수나 섬유유연제로 가리더라도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가 있고, 그 사람의 생활이 그 사람의 몸에 밸 것이다.
어릴 때 쓰레기 수거를 하는 아버지를 도와 새벽일을 나갔다가 등교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놀려댔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는데 지울 수 없는 냄새 때문에 받았던 상처가 깊었을 것이다. 요리사도 그럴 것 같다. 온갖 음색 냄새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있어 정작 본인은 허기와 식욕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도서관 장서의 냄새도 내게 특별하게 남아 있다. 냉기와 먼지 때문일까. 고적한 냄새에 휩싸여 책을 뒤적거리는 일이 묘한 기분을 가져다 준다. 그리움을 자극하는 냄새도 있을 것이다. 냄새 그 자체는 생활이고 개성이어서 어쩐지 외모를 가꾸는 것처럼 냄새도 관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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