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가 계약연장 불가 통보하자 금융권이 운영업체에 주던 대출 거부
상인들 판매금 40억 못 받고 거리로… "대책 없을 땐 제2의 용산참사 우려"
‘출입 금지. 유치권 행사 중.’ 8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의 ‘김포공항 아웃렛’ 정문은 막혀 있었다. 그 앞에선 이곳에서 억지로 밀려난 상인들이 ‘공항공사와 공항 아웃렛의 고래 싸움에 힘없는 매장 주인만 피 터진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한때 최고 연매출 1,200여억원을 올리며 고객들로 북적이던 이곳이 지난달 23일 이후 입점했던 200여 매장 모두 폐점해 텅 비게 된 이유는 뭘까.
아웃렛 운영업체 ‘테크노 에어포트몰’은 2002년 12월 공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이곳 운영을 시작했다. 공항공사가 친환경 테마파크를 세운다는 계획과 인근에 아웃렛이 없는 입지를 살려 김포공항 아웃렛은 초반 어려움을 딛고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2011년 아웃렛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 롯데시네마와 롯데쇼핑몰, 롯데백화점을 입점시켰다. 이곳은 테마파크가 들어설 곳이었다.
아웃렛의 자영업자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공항공사는 지난해 1월 계약 연장이 불가하다는 공문을 테크노 에어포트몰에 보냈다. 이 소문이 퍼지자 테크노 에어포트몰에 돈을 대던 금융권이 대출을 거부하고 나섰다. 아웃렛은 고객이 상품을 사고 지불한 돈에서 수수료를 뗀 뒤 개별 점포에 월별로 물품대금을 일괄 지급하는데, 이 돈을 은행대출로 막던 에어포트몰의 돈줄이 막힌 것이다. 에어포트몰 관계자는 “정부 정책상 당분간 국제선을 증설할 상황이 아닌데도 국제선을 늘린다며 공항공사가 계약 연장을 거부한다”며 “이전 준비시간으로 2~3년을 달라고 해도 먹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공항공사는 테마파크 조성은 계약서에 없고 ‘추후 상업시설 유치 시 동종업체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1년 전부터 공문 등을 통해 계약 연장을 할 수 없다고 알렸고, 수의계약으로 임대기간을 연장하는 건 국가계약법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불가하다”고 말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상인들만 이중고에 빠졌다. 프랜차이즈 대리점을 운영하는 상인 대부분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본사에 보증금을 내고 물건을 받아 판매하는데, 물건 값을 내지 못해 집이 넘어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직원 급여와 퇴직금도 밀려 있다. 점포를 직접 운영하던 상인 40여명은 11, 12월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인당 2,000만~2억원씩, 총 4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6년째 신사복 매장을 운영한 한 상인은 “당연히 받아야 할 판매대금이 입금되지 않고 있는데 업체와 공항공사는 자기들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면서 “양측이 협의해 대처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상인은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이 원칙만 따져 상인들이 극한 상황으로 몰리게 되면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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