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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탄데르의 역공…IT서비스 분야 진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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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탄데르의 역공…IT서비스 분야 진출 선언

입력
2015.0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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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두고 IT기업과 경쟁 치열

자사 중소기업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키로

"시장 이미 포화" 전망 엇갈려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Finance와 Technology의 합성어ㆍ금융-IT 융합형 산업) 바람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은행들과 IT(정보기술) 기업들의 영역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거침없이 금융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오는 IT 공룡들의 파도에 맞서 유로존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가 글로벌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IT기업의 서비스 분야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은행의 신뢰도와 IT 인프라를 합쳐 IT기업들의 본업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셈인데, 거대 미래 업종 간 주도권 다툼의 신호탄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핀테크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금융권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아나 보틴 산탄데르 그룹 회장은 지난주 자사의 중소기업 고객들에게 데이터 저장(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아버지에 이어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보틴 회장은 영국 산탄데르 대표 시절부터 1억달러 규모의 핀테크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등 IT분야에 관심이 컸던 인물. 그는 “앞으로 IT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생각해 봤을 때, 우리(은행)도 IT기업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산탄데르는 이미 2억3,000만 파운드(한화 약 3,840억원)를 투자해 영국 레스터에 축구장 4배 넓이의 데이터 저장시설을 짓고 있다. 여기에 은행 고유의 데이터 외에도 고객들의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저장시설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이 산탄데르의 계획이다. 보틴 회장은 “개인과 소상공인 고객들은 앞으로 각종 정보를 어디에 저장할 지가 큰 관심사가 될 것”이라며 “은행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향후 커질 보안 리스크 문제에서 (IT기업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 보안 수준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질 거라는 예상도 작용하고 있다. 보틴 회장은 “연간 IT 예산만 30억 유로에 달하는 산탄데르는 충분히 IT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전문가들은 산탄데르의 제안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애플사의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등에서 보듯 거대 IT기업들이 결제 분야를 중심으로 급속히 금융 서비스 영역을 장악 중이기 때문이다. 점포 운영의 비용부담이나 각종 규제에 둘러싸인 금융권이 과거 음악이나 소매 분야와 마찬가지로 IT기업에 잠식당할 것이란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는 “2020년엔 은행 소매금융 분야 수익의 3분의1이 IT기업에 잠식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금융권 역시 작년 JP모건 체이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신뢰도의 우위를 자신하기 어렵고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액센츄어의 리처드 럼 수석 금융분석가는 “앞으로 은행이 데이터의 단순 보관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훨씬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걸음마 수준인 국내 핀테크 산업 입장에서도 산탄데르의 실험은 큰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산탄데르 은행은

유럽ㆍ북남미 등지에 1만4,000여 지점과 1억명 이상 고객을 보유한 자산규모 기준 세계 15위의 스페인계 은행. 소매금융 중심 영업으로 급성장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뜬히 넘기며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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