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관계서 강경노선 취할듯…대치전선 불가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수장으로 18대 대선후보를 지냈던 문재인 의원이 선출되면서 여야 관계도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을 관리하며 원만한 대여협상을 유도해 온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달리 문 신임대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을 시야에 넣고 '수권예비 정당'의 기틀을 다져나갈 태세여서 여당과의 대립각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문 신임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부터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문 후보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낸다면 저는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며 "동지들과 함께 민주주의·서민경제를 지켜내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당은 분열을 버리고 무기력을 버리겠다"면서 "위대한 진군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당장 새지도부 출범 직후 열리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나 2월 임시국회의 전반적인 운영방향이 '문재인호(號)'의 항로를 예측할 가늠자 구실을 할 전망이다.
특히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새 야당 지도부의 입장정리가 초미의 관심사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범여권은 이 후보에 대한 국회 인준 이후로 모든 정치일정을 미뤄놓은 상태다. 문재인 지도부가 'OK'를 하지 않는다면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개연성이 크다.
또 '뜨거운 감자'인 증세 문제만 해도 문 대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청와대 경제라인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대표 취임 후 부자감세, 서민증세 백지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선명 야당' 노선은 문 대표가 국회 입성 후 꾸준히 견지해 온 입장이다.
대선 패배 후 자숙기간을 거치긴 했지만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여야 대립이 격화하자 "대선이 불공정하게 치러진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있었는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일 때에는 "대화록과 녹취록 원본을 공개하자"고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이런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 다른 어느 후보들보다도 박근혜 정부에 날을 세우며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를 만드는 데 치중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는 대권을 염두에 둔 인사로, 진보세력들을 규합하려 할 것"이라며 "당은 보다 '왼편'으로 움직이고, 대청·대여 관계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평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문 대표 개인을 봐도 박지원 후보와 비교해 대여 협상이 익숙지 않다"며 "스스로 '총선승리'를 지상과제로 내세운 만큼 여당과 뚜렷한 대립구도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부터 이어진 '악연'도 얽혀있다.
문 대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와 혈투를 벌인 점이나,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훈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밖에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유승희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된 점, 주요 국면마다 원칙을 중시하고 강한 투쟁을 촉구해 온 문 대표의 측근들이 지도부에 포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변수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