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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편에 선 헌재 강조하며 소수와의 동행 추구했던 국민의 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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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편에 선 헌재 강조하며 소수와의 동행 추구했던 국민의 판관

입력
2015.02.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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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많은 108건 소수 의견

과외 금지·개발제한구역 지정 합헌 등 경제적 약자·환경권 고려한 의견 내놔

후배들이 '소수와의 동행' 책 헌정

역대 헌법재판관 가운데 가장 많은 108건의 소수의견을 내 2001년 퇴임할 때 후배 법조인들이 그의 의견을 묶어 ‘소수와의 동행’이란 제목의 책을 헌정했던 이영모 전 헌법재판관이 7일 오전 5시25분 숙환으로 인한 신부전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경남 의령 출신인 이 전 재판관은 의령농고를 중퇴,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부산대를 졸업했다. 1961년 고등고시 사법과(13회)에 합격한 뒤 서울고법 부장판사ㆍ마산지법원장ㆍ서울형사지법원장ㆍ서울고법원장을 지냈고, 1997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그는 2000년 4월 헌재가 과외 금지규정을 위헌 결정할 때 혼자서 과외 금지가 정당하다는 합헌의견을 냈다. 그는 “과외 허용은 학생보다는 과외 교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과외 금지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98년 12월 헌재가 개발제한구역 지정제도에 ‘헌법 불합치’ 결정할 때도 환경권 수호 차원에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합헌의견을 냈다. 그는 결정문에 “오늘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 중 하나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실현에 기초가 되는 우리들의 환경권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그 모습을 감춘 날”이라고 적었다.

1992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는 평소 즐겨 타던 빨간색 프라이드를 재산 목록에 신고해 화제가 됐다. 서울형사지법원장, 서울고법원장, 헌재 사무처장을 지낼 때는 예산 절약을 이유로 비서관을 두지 않은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2001년 헌법재판관 퇴임사에서 “우리의 결정문이 법 논리 면에서 아무리 정교하고 치밀해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허공을 향한 외침에 불과하다. 지금은 가진 자 스스로 자제하고, 사회ㆍ경제적 약자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시기”라며 국민 편에 선 헌재의 위상 정립을 강조했다. 퇴임 후에는 법무법인 신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유정씨, 아들 원준·원일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2호실(02-3010-2292)에 마련됐다. 발인 10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 광주시 충현동산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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