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술 집약체로 떠오르자 포드·GM 등 10여개 회사 몰려들어
애플서 테슬라로 수년간 150명 이직, 영역 무너지며 인재 영입전도 치열
전 세계 ‘자동차 공룡’들이 오랜 터전인 디트로이트를 떠나 실리콘밸리행을 택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차세대 첨단기술 집약체로 주목받자 업계의 초점이 전자기술 및 소프트웨어 연구개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다임러와 포드, GM, 도요타 등 10여개의 자동차 제조ㆍ공급업체들이 최근 첨단기술 연구단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인근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반도와 산호세를 잇는 225㎞ 지역에 터전을 마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 지역에는 애플이나 페이스북, 구글 등 굴지의 IT업체가 포진해 있다.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IT업체들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첨단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0년부터 무인자동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애플도 지난 3일 무인자동차 운영체제와 관련한 특허 45건을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설립된 테슬라도 공격적 투자로 전기차 개발과 생산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미국의 IT전문 컨설팅 업체인 가트너의 틸로 코슬로스키 연구원은 “IT와 기술혁신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요 DNA가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포드는 2012년 실리콘밸리에 첫 사무실을 개소해 직원 8명을 둔 데 이어, 지난달에는 샌프란시스코 동남쪽에 위치한 팔로 알토에 연구혁신센터를 차렸다. 포드는 이곳에서 빅데이터 분석, 자동차와 인터넷의 연결성 확대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신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가 각종 아이디어의 시장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라며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이곳의 일부가 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혼다도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새 사무실을 차렸다. 이곳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혼다의 응용기술 개발자들과 협력해 제품을 개발한다.
영역이 무너지면서 자동차와 IT 분야의 인력 유치 경쟁도 치열해졌다. 최근 수년간 애플에서 테슬라로 이직한 임직원수가 150여명에 달할 정도다. 애플에서 맥북, 아이맥 등 신제품 개발을 주도했던 더그 필드 부사장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할 기회가 왔다”며 2013년 테슬라로 이직했다. 애플은 테슬라 임직원에 연봉 60% 인상과 2억7,000만원의 보너스를 제시하는 등 테슬라 출신 인재를 영입하려 애쓰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첨단기술 개발에 사운을 거는 데에 우려도 적잖다. 자동차 업계가 최신 기술 연구개발에만 방점을 둬 정작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신경이 무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틸로 연구원은 “자동차 업계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기술 혁신에 지나치게 몰두해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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