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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하는 현대 제네시스, 직접 타봤더니…

입력
2015.02.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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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가 속도 줄이자 자동감속… 끼어들기엔 양보도

속도 ㆍ차간거리 설정 가능

"2020년쯤 완전 자율주행 실현"

현대자동차의 자율 주행 시험차가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km로 주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자율 주행 시험차가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km로 주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 연구개발이 한창인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지난 3일 찾아갔다. 여의도 보다 넓은 남양연구소 한복판에 위치한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연구개발본부 건물 앞에는 회색 제네시스 3.8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차량 전면 앞쪽에 카메라 1대가 장착돼 있는 것 외엔 일반 차량과 다를 바 없지만 현대차가 지난 3년간 연구개발한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된 시험 차량이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정혁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ADAS제어개발팀 책임연구원은 “2000년대 초부터 연구개발에 돌입한 현대차의 자율 주행 기술 수준은 30년 역사의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같은 글로벌 선두 자동차 업체와 구글 같은 정보기술(IT)업체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알려진 것 보단 상당 수준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초 양산될 차량에 적용할 일부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술인 차선유지시스템(LKS)과 차간거리 제어(SCC) 등을 오늘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할 계획”이라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기자를 태운 시험 차량은 남양연구소를 빠져나와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방면으로 향하는 비봉IC로 진입했다. 이날 시험주행은 비봉IC를 출발해 화성휴게소와 발안IC를 지나 서평택IC까지 32Km 거리 구간에서 이뤄졌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시험 차량은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평일 오전이라 도로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정 연구원은 전체 3차선 도로에서 2차선으로 운전하다 본격적으로 자율 주행에 돌입했다. 핸들 오른쪽에 있는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스 컨트롤(ASCC)을 작동시켜 속도를 시속 80㎞로 설정했다. 차량 계기판엔 80㎞라는 표시가 나타났고 앞차와의 거리 간격을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계기판엔 앞차와의 거리를 총 4단계로 나눠 운전자가 그 간격을 직접 조절하게 설계돼 있다.

정 연구원은 핸들을 잡고 있던 두 손을 놓고 팔짱을 끼었다. 또 가속페달에 얹어놓았던 발도 뗐다. 자동차는 흔들림 없이 시속 80㎞의 속도로 운행됐고 앞차와의 거리도 설정된 구간 거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부드럽게 달렸다. 갑자기 앞차가 속도를 줄이자 자동차는 자동으로 속도를 70㎞로 줄이며 거리를 조정했다. 다시 앞차가 가속하자 차량은 80㎞까지 속도를 높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옆 차선에 있던 차량이 끼어들기를 하자 시험차량은 속도를 줄이며 그 차량에게 공간을 내줬다. 그리고 끼어든 차량과 거리 간격을 유지하며 속도를 자동으로 조정했다. 정 연구원은 “지금은 고속도로라서 그렇지 만약 선행 차량이 정지할 경우 이 차량도 정지하며 3초간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며 “출발시각이 3초를 넘으면 운전자가 직접 페달을 밟아야 가속되는데 이는 운전자가 졸거나 3초를 지나면 보행자가 지나갈 수도 있어 주행의 안전성을 위해 자율 주행이 아닌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차량이 1차선에 진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도로엔 선행하는 차량이 없었지만 시험 차량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굽은 커브 길에서도 옆 차선을 밟지 않고 1차선의 가운데 위치를 유지한 채 계속해서 설정된 속도로 운행했다. 주행 속도를 120Km로 설정하자 앞 좌석에 앉은 기자는 다소 불안했지만 시험차량은 변함없이 차선을 유지한 채 유유히 달렸다. 정 연구원은 “전면에 달려있는 카메라가 양쪽 차선을 읽어 교통 상황 정보를 컴퓨터에 전달하면 컴퓨터는 상황을 판단, 전동식 스티어링 휠(MDPS)을 통해 핸들의 방향을 조정하고, 전자안정화장치(ESC)를 통해 엔진과 브레이크에 명령을 내려 감속과 가속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EㆍS 클래스에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벤츠는 시속 50~60㎞ 수준의 저속단계에서 상용화했는데 현대차는 비록 시험차량이었지만 120㎞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이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현하는 장면을 직접 확인하면서 현대차의 향후 행보에 기대감이 커졌다.

현대차는 현재 차선 변경(LC) 자율 주행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해 자율 주행하는 차량이 인터체인지로 빠져나가기 위해 방향등을 켜면 측방 레이더 등 센서와 후측방 카메라가 동시에 주변 차선의 교통상황을 인지해 속도와 방향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이 기술은 아직 개선이 필요해 상용화하려면 앞으로 2년여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고속도로 자율 주행지원시스템을 개발한 현대차는 이후 2년여간 실제 도로를 50만㎞ 이상 달리며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비봉IC에서 서평택 IC까지 30여 분이 걸리는 구간을 특별한 차량 조작 없이 자율 주행으로 안전하게 달렸다.

현대차는 앞으로 무인 자동차 연구개발에 2조원을 투자해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고 세부사항을 담은‘무인차 개발 로드맵’을 최근 확정했다. 자율주행시스템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고봉철 ADAS 연구개발본부 팀장은 “2020년쯤이면 현대차는 기술적으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하지만 교통체계와 법규, 또 사고에 대한 책임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지원을 통한 도로 및 통신 인프라 설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팀장은 “자율주행 기술은 다양한 첨단기술의 융합체”라며 “운전자의 눈을 대신한 레이저, 카메라, 초음파는 물론 정밀 지도와 위성항법장치(GPS) 등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컴퓨터의 제어ㆍ통제 기술을 통해 핸들링과 브레이크 및 가속페달을 조절하는데 우천과 돌발상황 등 각종 시나리오에 맞춰 얼마만큼 정확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기술적으로 도전과제”라고 꼽았다. 이어 “이들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려면 카메라 등 센서의 기술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보쉬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의 기술력을 넘어설 수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을 시급히 키워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조성해야 경쟁력 높은 원천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자율주행 수준은 현재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발전 방향을 5단계로 나눌 경우 현대차는 3단계 수준인 운전자의 최종 개입이 필요한 조건적인 자율주행 연구에 전력하고 있다. 고 팀장은 구글의 무인차 개발에 대한 평가를 묻자 “현대차는 현재 구글과 텔레매틱스 분야에 대한 기술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지향하는 자율 주행 기술개발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방식에 더 가깝다”며 “현대차는 일상 주행이 가능한 양산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구글의 무인차 지붕에 설치된 크고 비싼 레이더는 상용화가 어렵고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고 팀장은 “자율 주행 자동차가 각종의 교통환경과 상황변화 등 수많은 시나리오에 맞춰 대응하려면 이들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명령을 구현할 수 있는 뛰어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며 “또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신뢰성 검증이나 안정성 테스트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데 2020년까지 이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지가 현대차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현대차가 개발 중인 무인차 핵심기술.
현대차가 개발 중인 무인차 핵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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