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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 홍위병 부활하다

입력
2015.0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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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이라는, 문화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비열한 권력투쟁의 중심에 홍위병들이 있었다. 물정 모르는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앞세워 정적뿐 아니라 지식인과 예술인을 공격, 박해하며 수십만 명의 인사들을 처형당하게 만든 꼭두각시들이었다. 배후는 물론 중국공산당이었다. 여전히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기에 이 부끄러운 역사를 완전히 청산하지는 못했다. 언젠가는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날이 오겠지만.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신종 홍위병들이 창궐한다. 십상시 이야기는 진부할 정도고 권력에 아부하는 검사들, 관변을 기웃대며 자리 하나 얻으려는 폴리페서들, 후안무치라는 말로도 모자랄 사이비 언론인들 등 일일이 열거하는 게 숨찰 정도다. 권력에 아부하는, 이들의 말만 들으면 태평성대가 따로 없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고 여기저기 한숨이다. 그런 홍위병들 가운데 예술인들도 눈에 띈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문화예술인이 권력에 기생하고 자리를 탐할 때가 가장 추악하다.

지난 정부에서 최고권력자와 드라마로 인연을 맺은 자가 장관이 돼 거의 홍위병 수준으로 준동하며 예술계를 온통 막장으로 휘젓더니 이 정권에서는 그런 장관을 못 얻어서 그런지 아예 직접 간섭하고 자리까지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창조적이다. 거기에 저항하면 국장까지 직접 날려버리고 장관마저 갈아치운다. 그러면서 문화융성을 떠든다. 뻔뻔한 일이다. 문화와 예술에서 자유와 자존감, 그리고 상상력과 주체성이 없이 어떤 결실도 얻을 수 없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작년 광주비엔날레에서 홍성담 화백의 그림이 끝내 철거된 것은 그런 점에서 예술의 조종(弔鐘)이었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두고 또 시끄럽다. 능력과 자격만 된다면야 초야에서라도 어진 인재를 모셔야 한다. 그러나 이상한 인연의 끈을 무기 삼아 낙하산처럼 꽂힌 거라면 예술계를 농락하는 것일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영광이 아니라 치욕스러운 일로 남는다. 과한 욕심은 화를 자초할 뿐이다. 설령 그 잘난 인연으로 자리가 주어져도 그 자리가 자기 몫이 아니라 여기면 겸손하게 거절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대접받고 오래 살아남는다. 종합예술의 꽃이라는 자부로 살아가는 오페라에서 정작 제 입으로 오페라 제작의 경험이 없다고 고백하는데도 강행하는 건 꽂은 사람이나 꽂힌 사람이나 무리인 일이다. ‘꽂고 꽂힌’ 걸 ‘꽃’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풍부한 현장경험이 있어 세계 오페라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과 기량을 갖췄다”며 임명했지만 정작 그렇게 말한 문체부가 경력증명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고백하면서 강행하는 건 그야말로 슬픈 코미디일 뿐이다. 홍위병 노릇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확실히 홍위병이 준동하는 건 맞는 것 같다. 홍대 출신 장관이 부임하더니 여기저기 들쑤시며 입방아를 자초한다. 그러니 홍위병 시대라는 말 듣는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 3년간 콘텐츠 기획업무를 총괄한 예술감독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쫓아냈다. 그 자리에 누굴 앉힐지 관심이다. 그 동안 문체부 산하 기관에 동료, 후배 들을 앉혔고 평가위원회에는 심지어 처남 매부 사이의 인물도 있다니, 설령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참외밭에서 신발 끈 고쳐 매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문체부가 문고리 3인방의 식민지라는 비아냥을 받는다. 어쩌면 그걸 들어주고 자기 몫 영리하게 챙기는 신공을 부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자리에 맞는 자격과 인물이 아니라면 스스로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오래 사는 지름길이다.

홍위병이 준동하며 정적과 지식인, 문화인 숙청할 때 무소불위인 듯 보였지만 오래 가지 못했고 지금 그들은 조롱의 대상이고 역사의 심판의 대상이 됐다. 하기야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이전의 홍위병들이 줄곧 잘 나가니 일말의 두려움도 없을 게다. 낡은 홍위병을 청산 못하니 새 홍위병이 준동한다. 지금 숲은 조용하지만 새싹 돋는 봄 되면 칡넝쿨도 펄펄 살아나 숲을 망가뜨릴 것이다. 칡도 뽑아내고 홍위병도 제거하지 않으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을 것이다. 정녕 봄은 오려는가!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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