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반발 최소화 고육책, 서울~서대전~익산 노선 신설
호남권 소요시간 1시간 단축 불구 하루 20회 증차 계획은 물거품
지역갈등 양상으로 논란이 됐던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 걸로 최종 확정되면서 이해득실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호남선 KTX 일일 승객 17% 증가, 코레일 수익 개선 등 경제성과 호남권 도착시간을 45분 줄이는 등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묘수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각에선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려 일부 지역의 이용 편의를 무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장 지역별로도 충북은 찬성, 호남은 절반만 환영, 대전ㆍ충남은 반대 입장으로 갈린다.
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호남선(서울~목포)과 전라선(서울~여수) KTX의 하루 운행 횟수는 주중 각 42회, 18회 등 60회다. 지금은 서대전~계룡~논산~익산 구간으로 이어지는 일반철도 노선을 이용하지만 4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이 노선 대신 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송정을 잇는 새로운 고속선로를 KTX가 달리게 된다. 운행 횟수는 주중 호남선 44회, 전라선 20회로 2회씩 늘어난다. 호남선의 경우 주말 운행이 4회 증편(44→48회)된다. 도착 소요시간은 서울 출발 기준 광주송정까지 평균 1시간49분, 목포까지 평균 2시간19분, 여수까지 평균 2시간52분으로 기존보다 1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최단 예상 소요시간은 1시간33분이다.
그러나 당초 코레일 안은 이보다 복잡했다. 주중 기준 증편 횟수가 호남선은 기존보다 10회, 전라선은 4회씩으로 확정안보다 많았지만, 고속선로를 이용하는 횟수는 그대로(호남선)이거나 오히려 2회 감소(전라선)했다. 기존의 일반철도 노선(서대전~익산)을 이용하는 배차를 더 늘린 탓이다. 일반철도 노선을 이용할 경우 거리가 32㎞ 늘어나고 고속선로보다 속도도 떨어져 광주나 목포까지 45분이 더 걸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운행중인 호남선 KTX와 비교해 고작 18~23분 단축되기 때문에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무늬만 KTX’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는 새로 투입되는 모든 호남고속철도 KTX는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 걸로 최종 확정하고 전날 밤늦게 발표하는 강수를 뒀다. 대전 등의 반발을 의식한 보완책으로 서대전역을 거치는 서울~익산 KTX 노선을 신설(주중 16회, 주말 18회)하고, 목적지가 호남일 경우 갈아타기 쉽게 연계 노선을 보강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일종의 호남고속철도 이원화로 시간단축이 염원이었던 호남과 오송역 경유를 바랐던 충북의 민심을 반영하는 한편, 대전 등지의 반발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치논리가 가세한 지역의 반발로 증폭되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셈법이 속전속결 발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에는 KTX 세종역 신설 추진 등을 뼈대로 하는 ‘2030세종도시기본계획’이 발표되면서 세종역 설치에 대한 지역간 갈등과 논란이 증폭되면서 국토부가 곤혹을 겪은 전례가 있다. 세종역 신설 논란은 2013년에도 불거졌지만 국토부는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KTX 노선을 둘러싼 논란은 이처럼 늘 교통분야 갈등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로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건 아니다. 호남권은 이날 정부의 노선 확정에는 원칙적으로 환영했지만 줄어든 운행 횟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20회 가량 증차하려던 계획이 서울~익산 노선이 신설되면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대전 등지에선 신설 보완노선의 종점이 익산이라 호남으로 가기가 불편해졌다고 주장한다. 충북은 오송역이 호남고속철도 경유지로 확정된 게 만족스러운 분위기다.
정부는 열차 이용실적과 경제성, 고속철도의 기본 취지, 그간 소외됐던 지역의 교통환경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으로 호남권 KTX를 이용하는 승객이 하루 평균 3만519명으로 지금(2만6,125명)보다 17% 늘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비행기 고속버스 승용차 이용객이 그만큼 유입된다는 얘기다. KTX 이용률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1,000명 가량의 승객 편의를 위해 서대전에서 호남권까지 KTX를 운행했던 코레일은 익산까지만 운행하는 보완노선이 생김에 따라 탄력적인 KTX 열차 배차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국토부는 대전 등지에서 호남을 오가는 승객의 불편에 대해 “해당 승객은 하루 평균 1,499명으로 호남 KTX 이용객의 5.9% 수준에 불과해 기존 승객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완노선과 관련해 “현재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밀양을 지나는 노선은 곧바로 부산으로 가는 것보다 30분 이상 더 걸리는 대신 요금을 20%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운행하고 있다”라며 “이런 방법을 호남고속철도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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