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신용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 대출에 근거나 원칙도 없는 고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1금융권 대출금리가 연 7% 수준인 반면, 저축은행의 법적 금리 상한선은 29.9~34.9%에 이른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금리 상한선이 1금융권 금리에 비해 크게 높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신용등급조차 반영하지 않고 무조건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일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금융권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국 45개 저축은행 가운데 25~30%의 최고금리 적용 대출이 전체 9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11개에 달했다.
‘묻지마 고금리’ 적용 행태는 금융지주 계열 등에 비해 대부업체 계열 저축은행들이 심각했다. 일례로 KBㆍ신한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의 90% 이상이 연 20% 이하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나, 대부업체가 인수한 OKㆍ웰컴 저축은행 등은 25~30%의 최고금리 적용 대출이 각각 99%, 98%를 차지했다. 대부업체 계열 저축은행은 출범 당시 일반 저축은행보다 낮은 29.9%의 금리 상한선을 지키도록 돼 있었으나, 연체금리 명목으로 34% 이상 초고금리를 매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대출 금리가 1금융권보다 높은 건 불가피하다. 은행 신용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신용 7등급 이하 서민들이 주고객이다 보니 연체 및 회수 불능 등에 따른 부실 우려가 높다. 따라서 높은 대출자산 부실화 위험과 조달금리 등을 반영하는 건 당연하다. 저축은행들로서는 최근 1금융권 LTVㆍDTI 규제완화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영업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저축은행 같은 2ㆍ3 금융권 회사가 서민의 고혈을 짜낸다는 식의 매도는 옳지 않다. 은행 같은 1금융권 기관으로부터 배제된 저신용 서민들이 그나마 기댈 언덕이 2ㆍ3 금융권의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대출길이 막힌 신용약자라고 해서 무조건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 저신용자라고 해도 엄연히 신용등급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에 따라 부실위험도 달라지는 만큼 정당한 금리혜택을 주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미 신용평가 시스템이 체계화됐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고객의 신용등급을 평가ㆍ적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어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묻지마 고금리’ 적용 행태와 관련해 다음달부터 3개월에 한 번씩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등을 정기 점검해 금리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차제에 그런 창구지도 방식을 탈피해 신용등급별 대출자산 부실위험도나 대출금리 적용 산식 같은 표준화한 벤치마크를 개발해 부당 고금리 행태를 원천적으로 막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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