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결과 고의성 없어
'네비도' 설명서에 금지약물 명시, 의사 부주의로 알아채지 못한 듯
믿고 투약한 박, 결국 도핑 걸려… 의사 '업무상과실치상' 재판에
수영선수 박태환(26)의 도핑테스트 양성 파문은 선수 본인과 약물을 주사한 의사의 금지약물에 대한 무지에서 빚어진 어이없는‘사고’로 밝혀졌다. 금지약물의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박태환이 “문제가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은 것이다. 검찰은 약물의 성분과 부작용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를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의무도 다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해당 의사를 재판에 넘겼다.
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에 따르면 박태환은 뷰티스타일리스트의 소개를 받아 2013년 11월경부터 서울의 T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주로 컨디션 점검과 간단한 치료 등 건강관리를 받아왔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T병원은 박태환이 국보급 수영선수라는 점에서 마케팅 효과를 감안, 무료로 건강관리를 해 줬고 박태환은 처방전 발급 비용 4,000원만 부담했다.
박태환이 처음 병원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박태환의 매니저가 병원장 김모씨에게 “금지약물을 주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 것을 시작으로 박태환 본인, 소속사의 전담 건강관리 담당자는 지속적으로 금지약물에 대한 주의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네비도’를 주사한 지난해 7월 29일에도 박태환은 “도핑에 문제되지 않느냐”고 확인을 구했다. 의사 김씨는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남성호르몬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설명한 뒤 간호사를 시켜 네비도 주사제 4㎖를 투약했다.
검찰은 박태환이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이나 감기약 정도가 도핑에서 문제가 된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네비도에 포함된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 중 하나라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 말을 믿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태환 측은 의사 김씨와의 대화 내용을 여러 차례 녹음했다. 도핑을 대비해 의사의 처방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차원이었다. 주사를 맞기 전에 나눈 대화와, 지난해 10월 도핑테스트에서 첫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은 뒤 11월 병원을 찾아가 항의하는 내용도 녹음했다. 11월에도 의사 김씨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박태환은 지난해 말 국제수영연맹이 최종적으로 금지약물 양성반응 사실을 통보해 오자 의사 김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지난달 고소하면서 이들 녹음 파일을 첨부해 제출했다.
검찰은 의사 김씨 역시 네비도가 금지약물인 것을 몰랐다고 밝혔다. 병원비도 받지 않았던 병원이 굳이 박태환을 속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약물 성분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검찰은 네비도의 사용설명서 첫 문구에 ‘약물에 함유된 테스토스테론은 세계반도핑기구 금지약물’이라고 적시돼 있다는 점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약물 투약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약병에도 ‘이 약물은 도핑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독일에서 1975~84년 9명의 수영선수에게 테스토스테론을 비타민이라고 속이고 먹인 의사에게 상해죄가 인정된 사례를 근거로, 신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처방할 경우 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씨에게는 네비도 주사를 투약한 사실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의료법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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