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프로젝트 참여 대학생들
귀 기울이는 멘토링 힘 입어
자기만의 주제ㆍ방식 찾아내
대중 앞에 서는 과정 생생히 전달
창의력 배양 지침 이해 도와
평범하게 살아와서 남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던 대학생 13명이 11일 홍익대에서 청중 400명을 앞에 두고 7분씩 강연을 한다. ‘망치’라는 이름의 이 독특한 무대는 이번이 세 번째. 발표자는 광고회사 TBWA 코리아의 대학생 창의력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해 6개월 간 멘토링을 받은 학생들이다. 앞서 1, 2차 ‘망치’ 강연은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TBWA 주니어보드 망치’로 검색하면 뜬다). 더 값진 것은 학생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 목소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에서 사건의 진행 과정과 생생한 현장을 구경할 수 있다.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대중 강연을 시키는 이 프로젝트는 준비에서 훈련과 발표까지 전 과정이 창의력 배양 실험을 방불케 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창의력 개발을 인기 상품으로 팔고 있지만 이 책만큼 생생한 건 없을 것 같다. 강의나 독서로는 알 수 없는, 창의력 폭발의 현장을 보여준다.
제목의 ‘폭탄’은 사람은 누구나 창의적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발화 지점이 다를 뿐 누구나 폭탄이고 뇌관만 찾아주면 팡! 하고 터진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그 뇌관을 어떻게 건드렸고 그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망치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뇌관을 건드리는 일은 10년 가까이 광고 일을 해온 전문가들이 맡았다. ‘가르치다’가 아니라 ‘귀를 기울이다’가 멘토링의 핵심이다. 평균 2명씩 학생을 맡아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수다 떨면서 이야기를 들어줬다. 강연 주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켜 발표 연습을 하는 것까지, 놀이 같지만 힘든 과정이다.
‘망치’는 TBWA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왜 망치인가. 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TBWA 박웅현 CCO(콘텐츠 수석국장)는 책 말미에 이렇게 썼다. “우리 사회에 혹은 우리 머릿속에 약간 얼어붙은 부분들을 두들겨 주는, 아주 큰 도끼질까지는 모르지만, 작은 망치질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 망치 무대에 오른 학생들은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강렬하게 들려줬다. “여자는 사춘기와 갱년기 상의 썅년기를 지난다”는 우스갯소리를 멋지게 발전시켜 청중을 사로잡는 등 저마다 독특한 주제, 독특한 방식으로 발표했다. 이런 것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구나, 라는 자각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로 만개했다. 책은 망치 강연 이후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난다.
책은 창의력 배양의 지침을 12개의 압축적인 문장으로 정리하고 그것이 실현되는 구체적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디어는 회의 속에서 나온다, 창의력은 집요함이다, 버리는 것도 아이디어다 등 이 문장들은 막연한 원칙이 아니라 철저히 프로젝트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들이라 설득력이 강하다. 망치 6개월 코스의 오지랖 넓고 독특한 강의 계획표, 참가자 선발의 기출 문제들도 공개했다. ‘가장 상투적인 문장을 사용해서 가장 독창적인 사랑을 묘사해 보자’ ‘소금이 물에 완전히 용해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금의 입장에서 기술하라’ 같은, 어쩌면 도화선이 될 별난 문제들이다. 기존 자기계발서들이 일러주는 창의력 코칭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거나, 창의력의 진짜 핵심이 무엇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길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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