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야니스 바루파키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5일 그리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대좌했으나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두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정부의 부채 탕감이나 부채 조정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각기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강조하고 싶은 의견들만 피력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 정부가 집권 초 내놓은 부자 증세와 부패 척결 같은 정책은 평가했지만, 그 밖의 몇몇 정책은 꼭 바른 방향은 아니라면서 기존 합의 사항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합의 사항이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일명 ‘트로이카 채권단’이 구제금융 제공 조건으로 그리스와 맺은 약정으로, 독일은 그리스의 민영화 조치 후퇴 같은 것을 약속 위반으로 보고 있다.
쇼이블레 장관은 다만,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라고 강조하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 않는다는 독일 정부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새 정부가 최근 밝힌 재협상 카드를 거듭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그리스 정부는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끝나는 2월말 시한 협상 대신 각 구제금융 주체와의 5월 말 시한 재협상 안을 내놓고, 그 기간까지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상태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쇼이블레 장관이 이날 회동 결과를 두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라는 수사를 구사한 데 대해 “의견이 다르다는 것조차 의견 일치를 보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기는 것으로 대화가 초기 국면임을 강조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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