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미군부대 부지, 민간 사업자가 한류관광타운으로 조성 시작
市는 혈세 20억 투입해 다리공사 등 지원키로 "국민정서에 반한다" 지적 일어
경기 동두천시가 미군이 떠난 자리에 일본 왕궁 세트장 등을 영구 시설물로 건립, 한류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해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자금유치 증빙서 제출 등 협약 조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시는 지역경제활성화란 명분으로 20억원 넘는 혈세를 들여 다리를 놔주기로 하는 등 전폭 지원에 나서고 있다.
5일 동두천시 등에 따르면 푸른숲관광테마세트장㈜는 탑동 산236-1 일대 미군이 사용하던 옛 짐볼스 훈련장 8만8778㎡에 159억원을 들여 ‘푸른숲 한류관광타운’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 공사에 들어갔다.
타운에는 일본 왕궁의 본성인 대천수각(大天守閣)을 비롯해 주성(혼마루), 일본식 정원, 전통가옥 등 19동의 세트장과 시 홍보관 등이 들어선다. 세트장은 일회성 건물이 아닌 반영구적 건물로 지어져 촬영이 없을 때는 한류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야외음악회나 체험교실 등으로 운영된다.
시는 2008년과 2009년 푸른숲관광테마세트장㈜와 실시협약 등을 맺고 이 사업을 ‘주한미군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발전종합계획’에 반영했다. 2012년에는 협약을 변경해 21억여 원을 들여 진입로 교량을 내주기로 약속했다.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60억 원의 직접 효과와 7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 등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민자사업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시가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가 아니다. 국비와 지방비 등이 지원된 기존 세트장 상당수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 말만 믿고 지원에 나서는 셈이다.
실시협약 때 내건 선행조건이 상당수 이행되지 않아 관광타운이 활성화할지도 의문이다. 사업자는 지방파 방송 3사 가운데 한 곳 이상과의 드라마 공동제작 계약서(편성의향서), 자금 확보 증빙서류 등을 공사에 앞서 내야 하지만, 시는 아직 받지 못했다.
일본 왕궁 등을 한류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데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권의 역사 인식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들이 일본 세트장 등을 한류문화로 오인할 우려가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를 최대한 이끌어 낼 수밖에 없다”며 “시설물도 일본 왕궁이 아니라 일반 성(城) 정도의 건물에 저잣거리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ji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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