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운영원칙 어겨 제도 취지 무색
서울 신월동에 사는 주부 안모(55)씨는 지난달 말 심야에 해열진통제를 사려고 집에서 50여m 떨어진 동네 편의점을 찾았다가 잠긴 유리문 안으로 불이 꺼진 가게를 보고 돌아섰다. 평소 이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사며 해열진통제 등 안전상비의약품 7, 8종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 밤 늦게 찾았지만 헛걸음한 셈이었다. 안씨는 결국 1㎞ 가량 떨어진 지하철역 인근 약국까지 가야 했다. 안씨는 “시민들이 심야시간에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편의점에 약 판매를 허용한 것이 아니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열제와 감기약 등 안전상비의약품을 파는 일부 편의점들이 판매허용 기본요건인 ‘24시간 운영 원칙’을 어기고 심야 시간에 문을 닫아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은 2012년 11월 심야 시간과 공휴일에도 편의점에서 해열제와 감기약, 소화제 등 기초 의약품 13종을 팔도록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를 마련했지만 일부 편의점이 ‘등록 취소’ 사유인 무단 영업종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은 ▦24시간 연중무휴 ▦바코드 시스템 운영 기준을 따라야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상비의약품을 파는 전국 편의점 2만2,000여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6곳의 편의점이 무단영업 중단과 가격 미표시 등 준수사항을 어겨 적발됐다. 그러나 업주들이 개인사정으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아르바이트생이 오지 않아 잠시 문을 닫았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운영 원칙을 어기는 편의점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24시간 운영 원칙은 약품 판매 허용 기본요건이어서 1회만 적발돼도 약 판매가 금지된다”며 “단속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는 편의점 외에도 휴양시설인 콘도와 리조트에서도 감기약과 해열제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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