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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콘텐츠 산업과 청년 일자리

입력
2015.02.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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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리스톨에 위치한 ‘아드만 스튜디오’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기업이다. 1972년 젊은 청년이던 데이비드 스프록스톤이 설립한 이 곳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란 생소한 분야에 도전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월레스와 그로밋’과 ‘치킨런’ 등이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성공은 영국 창조산업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점토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하루 종일 작업해야 고작 3초의 분량이 나오는 작업과정에 뛰어든다는 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1993년 이후 세 차례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입지를 굳혔다. 2000년대 이후론 컴퓨터그래픽을 도입하고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는 등 지속적인 변화로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1997년 영국 정부는 ‘문화매체체육부’를 설립해 ‘창조산업’을 핵심 정책 의제 중 하나로 지정하고 본격 육성했다. 영국 정부는 창조문화산업을 “창조적 재능과 기술을 기반으로 가치와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산업”으로 정의했다. 영화, 음악, 공연, 출판 등 문화 전반에 관한 육성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한 결과, 영국 창조산업의 총 부가가치는 영국 GDP의 5.2%를 차지하게 됐다.

‘창조경제’란 용어를 처음으로 소개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는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및 유통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정의했다. 창조경제를 국정운영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화콘텐츠야말로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과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콘텐츠 산업은 미래 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원천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나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쌓으며 자라 온 ‘C세대(Contents Generation)’다. 높은 수준의 창의력과 숙련도를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 콘텐츠 산업은 C세대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터전이다. 영국의 경우 신규 창출 일자리 12개 중 1개가 창조문화산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콘텐츠 산업에서 창업과 취업을 마음껏 꿈꾸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전체 콘텐츠 기업 중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3.4%를 차지하며 직원 10명 미만의 기업은 전체의 93.9%에 달한다. 물적 담보가 없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일반 금융권에서 대출과 보증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 마음껏 도전할 자금도 없고 새로운 인력을 고용할 여유도 없는 영세기업이 대다수다.

콘텐츠 산업이 영세성을 벗어나 진정한 일자리창출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기업과 종사자들이 ‘혁신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다양한 금융지원을 통해 콘텐츠 산업계의 든든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콘텐츠공제조합의 조합사들 중에서도 아드만 스튜디오처럼 전인미답의 창조적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대사가 없는 슬랩스틱 애니메이션, 뇌파기술을 접목한 애니메이션 등 톡톡 튀는 창조적 기획으로 성공을 거둔 강소 콘텐츠 기업들이 예다. 창조적 부가가치는 한 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의 결과물로 탄생한다고 창조적 콘텐츠 기업들은 입을 모은다. 의미 없는 실패가 아니라 혁신을 낳는 실패라는 것이다.

작가 조앤 롤링은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처지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작가가 됐다. 그는 “실패는 많은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실패는 두려움까지 앗아갔다”고 말했다.

콘텐츠 기업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콘텐츠 산업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쏟아내는 창조경제의 화수분이 될 것이다.

이염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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