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법사위원장 법 수정 의지 "위헌 법안·엉터리 법 국민에 피해"
법사위 의원들 소신 발언 "위헌 논란 있더라도 국민의 명령"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원안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나서 위헌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법안 수정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여야를 떠나 법사위 개별 의원 사이에서도 쟁점별 이견 차가 크고, 법안을 넘긴 정무위원들은 “수정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상임위 간 충돌도 불가피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총대 멘 이상민 법사위원장 작심하고 대폭 손질 시사
국회 법사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영란법을 상정했다. 여야 지도부가 2월 임시국회 처리를 공언했던 만큼 법사위는 상임위 심사 및 공청회 개최 등 속도를 내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무위에서 넘어온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를 통해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범위에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 종사자까지 포함시켜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과잉입법과 법 적용의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이날 작심하고 김영란 법 수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 법 상정에 앞서 “위헌 법안이나 엉터리 법, 결함 있는 법이 생산돼 국민이 피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법치주의는 아무리 목적이 맞더라도 수단이 적합해야 하고, 정치적 입장에 의해 좌우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집단 광기의 사회와 무한 과속에 대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까지 표현하며 법안 수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일부 정무위원들이 제기한 법사위 월권 논란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국회법에 명시된 법사위 권한을 거론하며 “법사위는 오탈자나 문맥 고치는 데가 아니라 전반적 법 체계의 위반 및 모순, 충돌 여부를 심사하게 돼 있다. 다른 상임위에 계신 분들도 이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 처리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원이 걸려 있어서 질질 끌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대국민 약속을 한 만큼 충실히 심사해 2월에는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떠나 법사위 내부 이견 상당, 2월 처리 불투명
김영란법에 대해 여야 간 입장 차도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법사위에선 여야 구분 없이 개별 의원들의 소신 발언이 이어졌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하루 아침에 법안이 나온 게 아닌 만큼 세부적인 면에서 위헌 논란이 있더라도 국민의 명령이니 입법적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반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것저것 기워 만든 누더기 법안”이라며 법안 내용의 불명확성을 문제 삼아 대폭 수정을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에서도 속도조절론이나 입법 보완 목소리가 제기됐다. 법사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대상 범위 확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서영교 의원은 “과도한 권한을 검찰과 경찰에 줘 탄압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제어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사위 관계자는 “차라리 여야 대립이 뚜렷한 사안이라면 지도부 간 정치적 결단으로 처리할 수 있겠지만, 김영란 법은 개별 의원 및 상임위 간 충돌 성격이 더 커서 논의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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