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 고지 재탈환, 시가총액 160조 넘어 사상최대
향후 전망은 엇갈려
"대장주 다음카카오·다날 등 핀테크 효과 업고 일시적 상승"
"실적 뒷받침된 우량기업 많아 600선 지킬 수 있을 것"
코스닥지수가 600 고지를 다시 밟았다. 2008년 6월 이후 무려 6년8개월 만이다. 올 들어 상승률만 10%가 넘는다. 연초 이후 채 2%도 오르지 못하며 사실상 횡보에 머물고 있는 코스피지수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행보다. 개인 투자자들의 테마주 투기장 정도로 여겨졌던 코스닥시장이 체질 개선을 통해 600선에 안착하며 ‘코스닥 600 시대’가 다시 열릴 거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5일 코스닥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600을 넘어 출발해 전날보다 2.58포인트(0.43%) 오른 600.81로 장을 마쳤다. 2008년 6월26일(602.74) 이후 처음 밟아보는 600 고지이다. 올해 초 540선에서 출발한 코스닥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10.65%. 이날 주가상승에 시가총액도 160조1,000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95포인트(0.51%) 하락한 1,952.84로 마감했다. 올 들어 상승률(1.94%)은 코스닥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좀처럼 박스권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님’(코스피)에 비해 ‘아우’ 코스닥이 모처럼 탄력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외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꼽힌다. 국제유가 하락,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 가속화, 주요국 환율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휘청대는 사이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우량 코스닥 기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줄어들자 기관과 개인들이 수익률이 높은 코스닥 기업들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핀테크(IT와 금융의 융합) 육성이나 벤처 생태계 복원 등의 정부 정책도 코스닥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은 요인이 됐다.
실제 외국인은 올해 들어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8,434억원)과 코스닥시장(-1,011억원) 양쪽 모두에서 주식을 팔아 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6,765억원을 판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3,228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들 역시 코스닥시장에서 134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일단 600선은 뚫었지만 안착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코스닥의 역사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2000년대 초반 ITㆍ테마주에 힘입어 지수가 당시 개편 전 기준으로 280대(현 지수 기준으로는 2,800대)까지 올랐다가 1년도 채 안돼 50선 밑으로 고꾸라지면서 개미들의 무덤이 됐고,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에도 정부의 녹색성장 등 환경ㆍ에너지 관련 테마주가 형성되면서 지수가 700까지 올랐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박스권(400~600)에 내려앉았다.
이번 상승 역시 그런 우려를 완전히 떨쳐내긴 어렵다. 코스닥 대장주 다음카카오를 비롯 다날, 한국사이버결제 등 올 들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종목들도 핀테크 등 정책 효과가 사라진다면 다시 내리막으로 돌아설 수 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에 비하면 주가가 과하게 높다”며 “600선을 뚫었지만 일시적인 과열 현상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과거와 달리 실적이 뒷받침된 우량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많이 진입해 있고 투자자들 역시 저평가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안정적으로 600선에 안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서는 첨단기술이나 제약ㆍ바이오 등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 기업들이 주목을 받는다”며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실적이 충족되면 600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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