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비중은 28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조사 대상국 가운데 꼴찌였다. 한편으로 세금에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합친 전체 국민부담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국민부담률)도 2013년 3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28위에 그쳤다. 어제 OECD 등에 따른 2014년 한국의 GDP 대비 SOCX 비율 10.4%는 OECD 평균(2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프랑스 핀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 상위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3년 GDP대비 국민부담률 24.3%도 OECD 평균(34.1%)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낮고, 가장 높은 덴마크(48.6%)의 절반이다.
한국이 전형적 ‘저부담ㆍ저복지’국가임을 확인시키는 동시에 눈앞의 과제로서 등장한 ‘중부담ㆍ중복지’ 국가로 가는 데 필요한 정책 우선순위를 일깨우는 통계다. 최근 정치권에서 시작된 ‘복지ㆍ부담’논쟁이 일부 ‘복지 축소냐, 증세냐’로 흐르는 것과 달리 복지는 일부 배분구조의 미조정은 몰라도 사실상 축소 여지가 없는 반면, 증세를 포함한 국민부담 증가의 합리적 방안에 사회적 논의를 모아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낮은 국민 부담과 낮은 복지 수준이 서로 맞물린 구조의 근본 요인과 그 해소 방안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최근 보고서‘한국형 복지모형 구축’에서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보고서는 ‘저부담ㆍ저복지’상황의 이유로 취약한 과세 공평성과 불균형 상태의 재정지출구조를 동시에 들었다. 개인소득세와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이 낮아 재정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2011년의 경우 한국의 GDP 대비 개인소득세와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조사됐다. 고소득자의 과세 비중도 낮고,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에게 제공하는 비과세 감면 혜택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재정지출이 토건과 경제사업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바람에 사회분야 투자가 부진해져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밝혔다. 과세의 공평성을 높이고, 재정지출 구조를 개선하는 세입ㆍ세출 양방의 제도 개선이 시급한 셈이다.
현재의 ‘증세ㆍ복지’논쟁에서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중부담ㆍ중복지’의 대체적 실현방안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전체 국민부담 액수를 늘리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개인소득세와 법인소득세의 실효 세율과 누진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의 조세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커지고 있다. 예산과 공공기금 등의 낭비와 복지전달체계의 낭비 등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세수 증대 방안을 짜내지 않고서는 ‘저부담ㆍ저복지’의 골짜기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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