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학생증을 이용해 여대생 행세를 해온 30대 임신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2단독 김석수 판사는 주운 학생증으로 각종 신분증을 발급받고 금융권에서 대출까지 받은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김모(32ㆍ여)씨에 대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김씨는 2009년 서울 양천구의 한 공중화장실에서 서울의 한 여대 음대에 다니던 이모(당시 20세)씨의 학생증을 주웠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이씨의 학생증으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면서 이씨를 사칭했다. 이씨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고 계좌를 만들었다. “성형수술로 얼굴이 달라졌다”며 구청에서 이씨의 여권을 재발급 받으면서 자신의 사진을 넣었다. 김씨는 이씨가 다니던 학교의 인트라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포털사이트 이메일에 접속해 내용을 열람하고 비밀번호를 바꾸기까지 했다.
하지만 제2금융권에서 이씨의 이름으로 6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대출 통지서를 받은 이씨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뒤 우울증을 앓아왔고, 임신한 몸으로 이혼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버리고 이씨로 살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고로 가족을 잃은 후 정신적 고통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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