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던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론스타 측으로부터 8억 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투기자본의 행태를 감시한다는 시민단체 대표가 투기자본 대표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시민사회진영 전체가 당혹감에 빠져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장 대표가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유희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검찰에서 “장 대표가 돈을 주면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장 대표는 돈을 받은 후 법원에 ‘유 대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겉으로는 투기자본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뒤로는 돈을 뜯은 셈이다.
시민단체는 도덕성이 생명이다. 감시와 비판이 주요 역할인 시민단체가 비리에 연루되면 어떤 옳은 주장을 펴도 신뢰와 정당성을 잃게 된다. 물론 이번 사건은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조직적 비리가 아니라 개인 차원의 일탈임이 분명하다. 센터는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시민단체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장 대표를 파면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시민단체 전반이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시민단체가 비리에 연루돼 국민들을 실망시킨 사례는 종종 있었다. 과거 환경운동의 대부로 통하는 인사가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도 있다. 2011년에는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모 지상파 방송에서 모은 기부금 일부를 시민단체 간부가 횡령했다가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소비자 권익을 대변하며 기업 감시활동을 펼쳐온 시민단체가 수천만 원대 기업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업 후원금에 의존해온 시민단체가 기업 감시 활동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자정운동에 나서야 한다. 이해 기관이나 단체와의 유착 가능성은 없는지, 내부 운영에 대한 감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는 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도덕성 회복과 함께 시민단체의 재정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가 사회 부조리 고발이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민단체의 탈선을 막고 올바른 활동을 유도하는 것은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남을 비판하려면 도덕적 우위가 있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시민단체 스스로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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