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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 시대 역주행 조짐, 연초부터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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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 시대 역주행 조짐, 연초부터 술렁

입력
2015.02.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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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예술영화 지원방식 변경" "정부 비판 영화 배제 의도" 시끌

영화제 상영작 사전 심의 방침… 반발 이어지자 일단 보류 U턴

2015년 을미년 연초부터 영화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영화제와 독립영화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이를 정부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다양성영화로 분류되는 영화가 지나치게 많고 예술영화전용관의 과도한 교차상영으로 전용관을 찾는 관객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다양성영화 지원 방식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영진위가 인정하는 예술영화(약 300~500편)를 하루 5회, 연 219일 상영하면 지원해주는 방식이었으나 지원 방식이 바뀌면 영진위가 선정한 예술영화 26편을 상영하는 35개 상영관만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독립영화계는 영진위의 개편안이 예술영화관의 작품 선정 및 편성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다이빙벨’이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등 정부 비판적인 영화가 지원에서 배제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영화를 만들려면 영진위의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런 정책은 독립영화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진위는 또 일부 영화제나 상영회에 한해 상영작 등급분류를 자동으로 면제해주던 제도를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꿀 계획이다. 영진위는 “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 제도를 오ㆍ남용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명하지만 영화계는 사실상 검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2일 규정 개정 보류 의사를 밝혔지만 중소 규모 영화제와 상영회가 영진위의 면제추천을 받지 못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영진위가 규정 개정을 보류했지만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하기 전부터 불거진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한 뒤 5일 영화제 지도점검 결과의 일부를 언론에 흘리며 다시 이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에 부산영화제 측은 “부산시가 지적한 내용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업무의 고유성이나 특성에 대한 전제가 전혀 없고 조직의 개별성이나 불가피한 현실적인 여건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지극히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부산시의 공격이 계속되자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로 15년째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디터 코슬릭은 4일 “임기 동안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지만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부산시와 같은 압력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며 영화제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독립영화를 위축시키려는 영진위의 움직임이나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압박하는 부산시의 태도는 결국 정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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