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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속에 철학·논리학적 문제 제기… 예술 전 장르서 시대초월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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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속에 철학·논리학적 문제 제기… 예술 전 장르서 시대초월 변주

입력
2015.02.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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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

무한한 해석 여지 남겨

동화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래컴이 그린 앨리스 삽화 ⓒArthur Rackham
동화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래컴이 그린 앨리스 삽화 ⓒArthur Rackham

2010년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됐다. 일곱 살 소녀였던 앨리스는 영화 속에서 열아홉 살의 숙녀가 돼 다시 토끼굴 속으로 굴러 떨어진다. 지난 세기, 예술의 전 장르에서 이뤄졌던 앨리스 변주는 세기가 바뀐 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얼굴은 있지만 몸은 없고 웃음은 있지만 얼굴은 없는, 괴상한 체셔 고양이 같은 이 이야기의 어떤 면이 이토록 오랫동안 예술가들을 사로 잡는 것일까.

한국에 얼마 없는 앨리스 연구자 중 한 명인 이강훈 서원대 교수는 저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구’(동문선)에서 “앨리스에 나타난 말장난, 형식 논리, 합성어, 패러디, 수수께끼 등은 매우 흥미로운 언어학?철학적 문제를 제기하며 이는 앨리스가 다른 동화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자 캐럴 학자들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잘 알려진 대로 저자 루이스 캐럴은 소설가가 아니라 수학자다. 옥스퍼드대 수학부 교수이자 논리학과 언어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캐럴이 앨리스에서 맘껏 부려 놓은 말장난은 철학?정신분석학?논리학?심리학자들에게 무한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했다. 이에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앨리스는 어른만 읽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앨리스 연구자인 도널드 래킨은 앨리스 언어의 전복적 기능에 주목했다. 모든 문장에 풍성한 의도(주로 교훈의 의도)를 채워 넣은 동화들과 달리 앨리스 속 문장들은 일부러 의미를 증발시킨 껍데기 말이다.

“3월의 토끼가 앨리스에게 진심으로 권했다. ‘차 좀 더 마셔.’ 앨리스는 기분이 상해서 대답했다. ‘난 아직 아무것도 못 마셨어요. 그러니 더 마신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모자 장수가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안 마셨을 때 더 마신다는 것은 말이 되지. 덜 마시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언어의 기호성, 즉 모두가 ‘그렇게’ 이해하기로 합의한 의미에 도전하는 것은 기성질서 전복의 첫 걸음이다. 앨리스가 탄생한 1860년대 영국의 경직된 분위기를 보면 앨리스가 뒤흔든 것이 무엇인지 좀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당시 영국 사회의 주류를 이뤘던 부르주아 계층이 바란 것은 이 세계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질서와 상식이었다. 여기에 비이성과 상상력, 불확실성이 설 자리는 없었고 유일한 환상의 세계인 동화도 계도의 기능에 치우쳐 주류문화에 대항할 힘을 갖추지 못했다. 이 가운데 앨리스는 교훈을 버리고 무질서로 질주한 유일한 동화다. 모든 예술의 동력이 전복의 욕구라는 점을 생각할 때 앨리스가 그 속에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1세기에도, 그 다음 세기에도 앨리스가 영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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