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화장품 등 명품 쇼핑에 5만유로 쓰는 관광객 많아"
佛상점 100년 전통 일요 휴무도 깨
해외 씀씀이가 다른 나라 관광객의 서너 배 수준인 중국인 ‘요우커’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유치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프랑스 상점들은 요우커 손님을 위해 ‘일요 휴무’라는 100년 전통을 깨고 있다. 비자 발급 간소화, 유명 관광지 중국어 표기 등은 너나 없이 서두르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 경쟁에는 1인당 소비액 기준으로 따졌을 때 다른 나라들이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압도적인 승자가 있다. 어느 나라일까. 전체 요우커 평균의 수십 배를 쓰는 프랑스다. 패션, 화장품 등 명품의 위력이다.
중국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중국 여행객의 지난해 해외 여행 소비액은 1,648억달러(180조원)였다. 전년보다 28%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국가여행국이 집계한 지난해 해외여행 중국인은 1억900만명이었다. 1억명 돌파는 처음이다. 지난해 요우커 1인당 해외에서 1,512달러(165만원) 정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광주(廣州)일보는 4일 여행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프랑스 단체 여행을 간 중국인이 1인당 5만유로(6,200만원) 쓰는 걸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이 액수를 프랑스에 간 요우커 1인당 지출액이라고 말하 수는 없지만 유추하면 수천만원 정도는 쓴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은 프랑스 여행 때 중국 국내와 가격차가 큰 명품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 다음이 7,200달러(780만원) 안팎인 미국이다.
이 신문은 각국 여행협회 통계 등을 바탕으로 중국 여행객이 한 차례 여행에 쓰는 비용은 독일이 2,500유로(300만원), 영국이 1,600파운드(260만원)에 달한다며 이는 다른 나라 여행객이 쓰는 돈의 2, 3배라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23만엔(210만원)을 쓴 것으로 일본 관광청은 집계했다. 중국인이 지난해 한국에서 쓴 돈은 1인당 2,500달러(27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경우 프랑스, 미국 만큼은 아니어도 액수가 적잖은데다 방문객 숫자가 많아 전체 요우커 소비 규모는 최상위 수준이다.
각국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다. 프랑스는 중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해서 일요일엔 상점 문을 열지 않던 100여년 역사의 전통을 깨고 일요일 영업을 점차 늘려 나가기로 했다고 중국일보가 이날 전했다. 지난달부터는 비자 신청 처리 기간도 12일에서 2일로 줄였다. 이를 통해 연간 100여만명 안팎인 중국인 관광객 수를 3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영국도 중국인 관광객 비자 발급을 간소화했고, 101곳의 유명 관광지에 중국어 표기를 할 계획이다. 영국은 2013년 5억5,000만파운드이던 중국인 소비액을 2017년까지 10억파운드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중 때 중국인 비자 유효 기간을 1년에서 10년으로 늘린 뒤 중국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중국인에 발급한 미국 상무 및 여행 비자는 모두 35만1,650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8.2%가 늘었다.
호주도 ‘중국 2020 전략’이란 이름을 내걸고 2020년 중국인의 호주 여행 소비액을 2013년의 두 배에 가까운 90억호주달러(7조6,36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민일보는 “중국이 3년 연속 세계 최대 해외여행 시장 지위를 지키면서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중국 여행객을 끌어들여 본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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