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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자살 마음먹고 아내 목 조르다 멈춘 남편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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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자살 마음먹고 아내 목 조르다 멈춘 남편 집유

입력
2015.02.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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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자살 마음먹고 아내 목 조르다 멈춘 남편 집유

사업실패 후 함께 죽겠다며 아내를 살해하려다 멈춘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아내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차모(49)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10년 전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게 된 차씨는 아내 A씨와 거짓으로 이혼을 한 뒤 사실혼 관계로 살아왔다. 사업실패 이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차씨는 지난해 A씨의 명의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실패로 돌아갔고 대출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사업 실패에 이어 주식투자 실패로 아내에게 또 다시 상처를 줄 것을 우려한 차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차씨는 자살시도 실패 이후 잠자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나 혼자 죽으면 아내가 불행해진다. 함께 죽으면 아내도 빚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

차씨는 전깃줄을 이용해 잠든 아내의 목을 졸랐고, A씨는 “왜 그러느냐”는 말만 남기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차씨는 아내의 눈과 입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살해 시도를 멈춘 뒤 “내가 아내를 죽이려 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차씨는 이후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9명의 배심원의 참관 하에 진행된 차씨 재판의 최대 쟁점은 차씨가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멈췄는지, 즉 법리적으로 중지미수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형법 26조는 범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범행을 중단하거나 범행의 결과 발생을 방지한 경우 반드시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토록 규정하고 있다.

차씨의 변호인은 “차씨가 목 조르기를 중단한 직후 119에 신고했고,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차씨의 범행이 중지미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차씨가 아내의 눈과 입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놀람과 두려움에 범행을 멈췄다”며 “이는 중지미수가 아니라 장애로 인한 미수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장애미수가 인정되면 형을 반드시 감면할 필요는 없다.

배심원들은 그러나 차씨의 범행 중단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으로 보고 만장일치로 차씨의 범행을 중지미수로 판단했다. 재판부 역시 “차씨가 스스로 범행을 중단하고 119에 신고해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며 차씨에게 중지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살인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으려는 범죄로 용납될 수 없고 그 죄도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가 차씨의 처벌을 원치 않고 다시 부부로서 가정을 꾸려 함께 생활하길 원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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