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증권 발행한도 증액도 거부… 그리스 유동성 확보에 큰 타격 예상

그리스 새 정부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상의 긴축조치를 거부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국채 담보 인정을 중단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ECB는 4일 성명을 통해 오는 11일부터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한 대출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CB는 “그리스 긴급구제 프로그램의 성공적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이번 조치는 현행 유로시스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그간 그리스 긴급구제를 위해 투자부적격 평가를 받은 그리스 국채를 예외적으로 담보로 인정해왔다.
ECB는 또 그리스 정부가 앞서 제안한 재정증권 발행한도 증액 요청도 거부했다. 그리스는 앞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재정증권 발행 한도를 현행 150억 유로(18조7,000억원)에서 250억 유로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ECB의 저금리 대출에 의존하던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유동성 확보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ECB의 재정증권 한도 증액 거부로 2010년 5월 이래 처음으로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채무 상환을 하게 된 그리스 경제에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도 찬물 끼얹은 듯 했다. 유로화 가치는 전날보다 1.3% 급락했고, 그리스 정부가 이날 발행한 단기 재정증권 응찰률도 2006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리스의 새 정부는 최근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 재협상을 통해 부채를 절반으로 탕감하는 데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 애썼다. 야니스 바루카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급작스러운 ECB의 결정에 “그리스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중앙은행의 긴급유동성지원(ELA)으로 시중은행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재무부는 이어 5일 성명을 내고 “ECB의 결정이 그리스가 아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에 새로운 채무협상 타결을 압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나 경제개혁 4개년 계획을 논의했다. 이들은 탈세와 부패 척결, 공공부문 혁신 등을 실행할 중기 계획을 마련하기 전까지 ‘가교 협상’으로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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