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과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을 맞아 남북관계의 변화와 개선에 대한 국내외의 기대가 크다. 연말과 연초에 남북대화 제안이 오가고, 정부가 연두업무 보고에서 통일준비를 위한 남북대화와 각종 협력사업을 제기하면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최근 북한이 민생경제를 강조하고 외교적 고립과 제재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를 보임에 따라 남북대화와 협력 전망이 근래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올 남북관계 발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바로 어렵게 구축하려는 남북관계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돌발변수의 발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관계에서 돌발변수란 무엇이며, 예상 돌발변수는 무엇인가.
대북정책 환경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반영하듯 예상치 못한 수많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중에는 발발 시 남북관계의 단절과 대치를 특별히 심화시키거나 장기화시키는 ‘돌발변수’도 있다. 예를 들면,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은 1차 북핵위기를 초래했고, 지금까지도 북핵국면을 지속시키는 결정적 돌발변수였다. 2008년 7월 금강산관광객 총격사망사건은 금강산관광을 중단시키고 남북관계를 크게 위축시켰으며, 아직도 이 사건은 남북 간 중대 현안으로 남아 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은 남북관계를 완전 동결시키고, 5ㆍ24 보복 제재조치를 초래한 돌발변수였다. 2012년 4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모처럼 만들어진 2ㆍ29 북미 핵합의를 파기시키고 오늘의 악화된 북핵 국면을 초래한 돌발변수다. 과거를 참고한다면 앞으로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그리고 총격전이 남북관계의 돌발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선 2015년에도 남북관계의 최대 장애요인은 북핵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이 주목 받는다. 북한은 2012년 개정헌법에서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한 데 이어, 2013년에는 경제건설과 핵무장의 병진노선과 소위 ‘핵보유국법’을 제정하여 핵무장 의지를 확고히 했다. ‘2014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이 핵무기 5개분인 플루토늄 40㎏을 보유하고,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전략군을 설치해 비대칭 전력을 계속 증강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올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기 사용 위협이 반복될 전망이다. 북한은 2014년 4월 말 국방위 성명에서 “그 이상(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핵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11월 유엔이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하자 “이 땅에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느냐”고 직접적인 핵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정치적, 군사적, 기술적으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을 재시도할 동기도 갖고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총격전과 군사도발이 크게 우려된다. 최근 북한의 군사도발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군사도발은 10회 이내에 그쳤으나, 2014년에 23회로 증가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도발이 특히 우려스러운 배경이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믿고 한미동맹의 군사보복이 없을 것으로 오판할 가능성이다. 또한 김정은 체제가 판단력과 합리성이 떨어진 데다 위기의식과 포위의식에 사로잡혀 과도히 공격적으로 반응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현재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이견을 극복하고 모처럼 남북협력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한반도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남북관계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데는 한 순간의 돌발사건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대화와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는 돌발변수의 발발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항상 돌발변수의 예견과 예방에 주력하며, 혹 예방이 실패할 때를 위해 사후 위기관리방안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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