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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학 공부의 참맛을 느끼게 해 주자

입력
2015.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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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작업이 한창이다. 핵심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량을 줄이고 학생들이 수업에 직접 참여하여 학습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개정작업의 주요 목적이다. 조금 잦은 개정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도 된다. 하지만 새 교육과정에 대한 기대에 앞서 우리 교육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면 대학 진학률은 약 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하는 반면,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딴 법칙이나 정리 등을 접하게 되지만 이들 중 한국인은 없다. 왜 그럴까? 두뇌나 공부하는 열정만큼은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하는 우리인데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영국의 아이작 뉴튼은 물리학과 천문학, 광학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ㆍ적분학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물리수업 시간에 뉴튼의 법칙을 배운다. 외국 교재를 보면 뉴튼의 이론이 기존의 이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의 천재성으로 이룩한 다양한 업적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하지만 우리가 뉴튼의 제2법칙 ‘F=ma’를 배우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이렇게 재미있거나 매우 중요한 내용은 생략한 채 공식 외우기와 문제풀이에만 매달린다. 단순히 공식을 외우고 여기에 숫자를 대입해 문제의 답을 구했을 뿐이다. 이런 공부는 지식과 무관하다. 힘이 과연 무엇인지, 질량이란 개념은 왜 등장했는가? 우리가 ‘F=ma’를 통해 배울 것은 너무 많다. 크게 보면 이것 하나로 물리학의 많은 부분을 공부하는 것일 수 있다. 기본적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학문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스스로 의문점도 생기고, 토론수업도 가능해 진다.

필자가 사람들을 처음 만나 수학교수라고 소개하면 “그 어려운 걸 어떻게 하세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수학이 너무 지겨웠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학창시절에 많은 시간을 들여 수학을 공부했는데 남은 것이 거의 없고, 단순한 계산 외에는 어디에 수학을 사용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대학을 졸업한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수학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과거의 교과과정이든 현재의 교과과정이든 뭔가 크게 잘못됐다. 아니, 우리 교육 전체가 잘못됐을 수 있다.

대입 경쟁을 위해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은 자발적인 사고보다는 문제 풀이에 필요한 테크닉을 주로 공부한다. 학생들에게는 공부가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무거운 짐이다. 의미없는 일을 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동기와 재미를 줘야 한다.

교실에 앉아 일방적으로 받는 수업만이 교육이 아니다. 부모님과 함께 등산을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아빠와 특정 주제에 관해 열띠게 토론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공부다. 학교에서도 지금과 같은 입시과목 위주의 비정상적인 교육이 아니라 음악시간에 노래하고, 미술시간에 작품을 만들고, 체육시간에 땀 흘려 뛰고, 과학시간에 개구리도 해부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의외로 쉬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교수들은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이 아는 것보다는 정확히 알고, 바르게 말하고, 논리적으로 쓰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 이런 능력은 기업체에서도 마찬가지로 요구한다. 대입 수능에서 1점 차이로 수 천 등, 심지어 수 만 등의 차이가 생길지 모르지만 대학에서 교육할 때 이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도 이제 남보다 먼저가 아니라 함께 가는 훈련을 해야 한다. 대입 전형도 현재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대학 교과과정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 학생들이 미래를 꿈꾸게 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 공부하도록 우리의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학생들이 차근차근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고민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한 가지 더 욕심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수학의 참 맛을 느끼게 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노태완 홍익대 기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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