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교 무상교육 시급하지 않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교 무상교육 시급하지 않아"

입력
2015.02.04 20:00
0 0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 오히려 투자 확대해야 바람직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정부가 지금처럼 재정지출만 담당하고 주요 복지사업의 운영을 민간에 맡길 경우 복지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에 재정낭비를 줄일 전달체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절대적인 예산 규모가 낮아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교육 정책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급하지 않은 항목은 시간을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반값 등록금 등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보다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교만 졸업하고 취업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꾸고, 공부를 더 하려는 사람들만 대학에 갈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며 “조기교육에 어떻게 노출됐느냐가 인생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비용을 투입했을 때 유아교육에서 얻는 효율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도 “고교 무상교육의 경우 공기업에서 학비 지원받는 사람, 저소득층 등 학비 감면 비율이 이미 50%에 이른다”며 “시급한 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업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대선공약으로 갑작스럽게 도입돼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정확한 수요예측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 필요성이 검증된 사업에는 과감하게 재정을 더 투입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상보육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보육료는 낮게 책정해 보육환경이 열악해지는 것을 보면 복지 정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현재의 복지 논쟁에 대해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 복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전향적”이라며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려 복지재정지출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다만 “문제는 세금이 허투루 쓰인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불신인데 증세 부분만큼은 ‘복지목적세’ 등 복지 사업에만 쓰이도록 부과해 엉뚱한 데 쓰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일 교수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복지사업도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기초연금 재정 문제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니 충분히 논의해 증세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전국 65세 이상 70%)에게 10만~2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은 2020년 17조3,000억원이 투입돼 올해(10조2,000억원)보다 크게 늘고, 2040년엔 100조, 2060년에는 무려 228조8,000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유아 보육료나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 등은 공공재정지출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질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가 연이어 터진 어린이집과 관련해선 정부의 지출이 크게 늘었지만 보육지원금을 받아 돈을 벌려는 민간 어린이집만 우후죽순으로 생겼다”며 “노인 간병인의 경우도 환자와 간병인을 알선하는 민간 소개업자들이 기승을 부리며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되고, 서비스 질도 하락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복지제도를 민간에 맡기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비용 등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위원장도 “정부가 돈만 지출할 뿐 복지사업을 위탁한 민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 서비스 질 관리가 취약해졌다”며 “영아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불안해하는 건 아직도 복지가 국민의 권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 정부가 복지 인프라를 직접 늘리고 관리해야 복지 효용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