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서청원·이정현은 불참, 시종일관 웃음·덕담으로 활기
4일 오전9시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자리배치부터 크게 달라졌다. 김무성 대표 바로 오른편에서 무게감을 더하던 친박계 원내대표(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떠난 자리에는 탈박(친박에서 이탈)으로 분류되는 유 원내대표가 앉았다. 더구나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정현 최고위원이 이날 불참하는 바람에 지도부는 사실상 비박계 일색이었다. 이날 회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권력지형도가 친박에서 비박으로 탈바꿈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최고중진연석회의 석상에 친박계는 없어
50여분 간 진행되는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웃음과 덕담이 이어졌다. 원내대표 경선 이후 처음 열린 지도부 회의라 축하인사는 예상됐지만 그 이상으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회의 참석자들은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한 목소리로 외치며 단일대오를 과시했다.
이날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친박계 의원은 정갑윤 국회 부의장이 유일했다.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정 부의장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자리를 떴다.
정 부의장이 자리를 뜬 이후에는 비박계 일색이었다. 비박계인 김 대표가 테이블 중심에 앉았고 오른편으로 유승민 원내대표, 친이계 출신인 김태호 최고위원과 비박계인 원유철 정책위의장, 이인제 최고위원, 친이계인 이군현 사무총장 등이 포진됐다. 김 대표 왼편으로는 친이계 중진 이재오 이병석 심재철 정병국 의원이 차례로 앉았고 비박계인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과 친이계 강석호 제1 사무부총장, 김영우 대변인이 순서대로 앉았다.
친이계 맏형인 이재오 의원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 의원은 “당도 국민의 말을 듣기보다 청와대의 말을 너무 들어서 청와대도 어려워지고 당도 어려워졌다”며 “그걸 바로잡을 기회가 왔고 당 대표나 새 원내대표, 정책위의장도 그 점을 잘 꿰뚫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중진회의에서 내가 할 말은 별로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비주류 투톱의 등장으로 자신이 할 일이 없어졌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좌중엔 폭소가 터졌다. 이 의원은 전날 김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점을 언급하며 “잘 지적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말 없이 웃음 띤 얼굴로 경청했다.
친이계인 심재철 정병국 의원도 가세했다. 이들은 “국민들은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정부가 꼼수증세를 하고 있다는 것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다”, “(악화된)민심을 바라보면서 그 원인이 어디로부터 이렇게 됐는가를 우리가 되짚어볼 필요성이 있다”는 등의 말로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했다.
비박계 단일대오의 회의에서는 이전과 같은 불협화음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당직자는 “이전에는 언제 충동할지 몰라 조마조마했는데 오늘은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원내지도부 구성도 비박계, 친박은 반발
이날 유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에 친이계 핵심인 조해진(재선ㆍ경남 밀양 창녕)의원을 임명했다. 이로써 이번 정부들어 윤상현-김재원 의원으로 이어지던 친박 핵심의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전통도 끊어졌다.
급격한 권력지형 변화에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 의원은 “당의 덕목은 대통령과의 협조와 조율인데 연일 강도 높은 발언으로 사실상 대통령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며 “수위를 지켜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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