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관계 변화 틈새 노려 "개헌 필요성 공감대 있다" 압박
새누리, 당청·계파 분란 우려 "시기상조" 일단 기존입장 고수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4일 이달 중 개헌특위 구성과 내년 4월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하면서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재점화할지 주목된다. 그간 “개헌은 국정 블랙홀”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혀 왔지만, 유승민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의원들이 찬성하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하지만 이날 우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 원내대표가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방법이 개헌이라고 했는데, 개헌론은 자칫 경제 살리기 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개헌을 위해 다음 총선에서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지금은 개헌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 국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2월 국회는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민생국회가 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무성 대표도 우 원내대표 연설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제 개인 의견은 없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유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해 아직 말할 게 전혀 없다”면서 “당 내에서 개헌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좀더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 우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좀 달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로선 최근 복지ㆍ증세 정책 외에 개헌과 관련해서 청와대와 대립 구도로 비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당청 갈등은 물론 자칫 당내 친박ㆍ비박 간 분란까지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당청관계의 변화 조짐이 있는 지금이 개헌론의 적기”라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구체적이진 않아도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도 청와대를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를 넘길 경우 차기 총선과 대선 준비로 개헌론이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달 15일 여야 대표ㆍ원내대표 간 ‘2+2’회동에서도 1시간 가량 개헌특위 구성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와 관련,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개헌 논의에 적극적이었다”면서 “다만 개헌특위 구성을 부담스러워 한 새누리당이 정치개혁특위 내 개헌소위를 만들자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유승민ㆍ우윤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여야 간 기존 합의사항과 논의 진행상황을 존중하기로 한 만큼, 새누리당이 개헌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헌 주도권이 야당이 아닌 박 대통령과 여당이 쥐고 있는 만큼 비관론이 우세하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개헌이 야당 구상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닌 만큼 새누리당이 당청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이 반대하면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은 다음에 추진하면 몰라도 (현재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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