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5일 국립극장 무대 올라… 몽유도원도·인왕제색도 배경
여주인공의 현대적 아리아 독특
“죽으면 살리라 살리라 / 아 살고 싶어 그 사람과 살고 싶어 / 먼 훗날 먼 훗날…”
3막3장에서 여주인공이 부르는 절창이다. 작곡가 이근형의 창작 오페라 ‘운영’이 14,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멋을 펼친다. 궁중 염정소설 정도로 알기 십상인 고대소설 ‘운영전’이 현대 오페라로 거듭나는 것이다.
단종 폐위라는 암울한 사건의 시기에 궁녀와 가객의 비극적 사랑이 현대음악의 어법으로 되살아난다. 거대한 산수화 영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궁중 스캔들이 21세기를 옥죈다. ‘서천, 꿈 길 저편’이라는 부제도 달았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인왕제색도’ 영상이 전면에 투사돼 죽음조차 가르지 못하는 운명적 사랑의 배경이 된다. 궁의 담벼락을 경계로 펼쳐지는 상반된 세계가 극적 재미를 배가한다. 현실적 계기는 백일장이다. 그 곳에서 시상을 다듬던 선비 김생과 궁녀 운영 사이에 벌어지는 금기의 밀회가 비극을 예고한다. 들통난 둘의 관계를 캐려 혹독한 문초가 자행된다. 운영은 저승에서 꿈을 이루리라며 자진하고 피눈물 같은 아리아를 부른다. 안평대군의 사저가 있던 인왕산 자락 수송계곡이 주무대다.
고대 소설은 시인 김용범의 시로 변했고 이어 극작가 강철수의 작업으로 대본이 됐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 창작산실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낙점된 뒤 대본과 음악 수정 작업을 거쳤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공연하는 ‘운영’은 프라임필 단원 54명이 연주를 맡는다.
이씨는 창작 오페라 사업 지원 대상으로 2011년 선정됐던 ‘나는 이중섭이다’가 소극장용이었던 반면 ‘운영’은 그랜드 오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191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나는…’은 서사의 현대적 느낌에 맞게 현대음악의 색채를 강하게 입혔는데 때마침 7월 서귀포에서 열리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에도 초대됐다. 따라서 이씨에게는 ‘나는…’과 관련한 일반의 관심이 ‘운영’으로 이어질지도 궁금하다.
‘운영’에서는 동서양을 절묘하게 배합한 음악적 색채가 귀를 즐겁게 한다. “5음계 보다는 반음계적 화성을 주조로 한 8음 음계, 세마치나 굿거리장단 같은 한국적 리듬과 서양의 4박자 계열을 주조로 했습니다.” 따라서 ‘운영’은 전체적으로 독특한 아리아를 듣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씨는 “’운영’의 아리아 중 주인공의 갈망을 그린 ‘새가 되고 싶어요’ ‘운명의 아리아’ 등 캐릭터의 특성에 맞춘 곡들은 대중가요처럼 들릴 수 있다”며 객석의 반응을 기대했다.
해오름 극장의 하드웨어도 변한다. 뮤지컬과 창극을 위해 흡음재로 벽면 마감 공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좌우 벽에 반사판을 설치, 더 명료한 소리를 전달하게 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연출자 장수동씨는 “보는 무대에서 듣는 무대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이 중심이 되는 오페라다운 무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02)2280-4114~6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