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가치관 전파하는 교재 금지하자, 교수들 잇달아 웨이보에 반박 글 올려
중국 당국의 사상 통제 강화 움직임에 지식인 사회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판중신(范忠信) 항저우(杭州)사범대학 법학과 교수는 최근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40여 년 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추진한 것은 사실상 서방 가치관에 대한 개방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소위 개혁이란 자유주의가치관을 포함한 서방의 성과에 도움을 얻어 경직된 소련 모델을 개혁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소위 개방도 소련, 북한, 쿠바, 베트남에 대한 개방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 일본에 대한 개방이었다”고 역설했다. 판 교수는 이어 “서방 가치관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개혁개방에 대한 철저한 부정이고 덩샤오핑 이론의 기초를 훼손하는 것이며 정치개혁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사실상 위안구이런(袁貴仁) 중국 교육부장이 최근 서방 가치관을 전파하는 교재를 대학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판 교수는 또 자신이 웨이보에 올린 글과 관련해 “어제 오늘 베이징(北京)과 학교 등 많은 곳으로부터 강한 ‘(중단)권고’를 받았다”며 “(그래도) 나는 ‘문혁(문화대혁명) 복위’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대자보를 쓰고 이를 지도간부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입헌정치를 주창해 온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교수도 최근 웨이보에 “현재 많은 젊은이가 외국,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 유학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서방 일류 대학에는 중국 고위층의 자녀들도 많다”며 “교육부는 적어도 당 지도자의 자녀들은 북한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만 유학해야 한다는 규정부터 만들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적지 않은 네티즌은 이러한 지식인들에게 지지를 표했다. 한 네티즌도 4일 “중국도 이제 정상 국가가 돼야 한다”며 “학술과 사상은 대학에서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도 “서방 가치관을 금지하겠다면 먼저 영어 등 외국어 교육부터 금지시켜야 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당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인들의 반발에 “당신이 교수가 맞는냐”는 인신 공격성 댓글도 눈에 띄었다. 당국의 반격도 시작됐다. 주지둥(朱繼東) 중국사회과학원 국가문화안전·이데올로기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위안 부장을 공격한 일부 교수들을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당 이론지 구시(求是)가 운용하는 구시망에 기고했다. 그는 “각 지역과 각 단위가 당 중앙의 이데올로기 공작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책임을 다한 위안 부장이 ‘포위공격’을 받은 것은 (당국이) 그 동안 이데올로기 공작을 공격해온 사람들에 대해 응분의 처벌을 가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그들이 갈수록 제멋대로 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위안 부장은 지난달말 ‘새로운 정세 아래 대학 선전 사상 공작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 “사회주의에 먹칠을 하고 헌법과 법률을 어기는 각종 의견들이 대학 강의실에 만연해선 안 된다”며 “대학 교수와 강사들이 강의 중 불평이나 원망을 늘어 놓는 등 각종 불량한 정서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방의 원본 교재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서방 가치관을 전파하는 교재가 대학 강의실에 들어오게 해선 안 될 것”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행한 일련의 강연과 그 정신이 교재와 교실과 (학생들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당국은 이미 각 대학에 중국특색사회주의에 대한 선전과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도 지난달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에 대한 학습을 강조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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