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시민 구단 추진, 경기력만이 해답
“희생 번트라도 대겠다.”
롯데 캡틴 완장을 찬 4번 타자 최준석(32)의 각오다. 지난해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6리, 23홈런, 90타점, 장타율 5할7리를 기록한 그는 개인 보다 팀을 강조했다. 최준석은 4일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나 캠프에서 “야구를 하다 보면 캠프 때마다 시즌에 대한 느낌이 온다. 개인적으로 올해 캠프 분위기는 역대 최고”라며 “중심타자로서 홈런과 타점에 대한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팀이 원하면 희생번트도 대고, 볼넷으로도 걸어나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팀의 재도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죽을 힘을 다해서 그라운드에서 뛰겠다.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선수단의 각오에도 부산 지역에서는 최근 부산 시민이 주인이 되는 프로야구단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얼마 전 이를 위한 설립추진기획단이 구성됐고, 6일 시민구단 전환을 주제로 첫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30만 명 조합원이 30만 원씩 출자해 900억 원을 모집한 뒤 내년 1~2월 롯데 구단을 인수하겠다는 게 설립추진기획단의 계획이다.
야구계에서는 지난해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던 폐쇄회로(CC) TV 선수 사찰 논란이 시민구단 추진의 발단이 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도 “지난해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매년 수십만 원의 회비를 낼 수 있는 조합원을 확보한다고 해도 롯데 구단이 매각 의사가 없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역시 “구단을 인수하려면 롯데가 먼저 가진 주식을 내놓아야 하는데 롯데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뿔난 팬심을 진정시키고 야구 밖에 모르는 부산 팬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 모으는 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경기력에 달렸다.
최준석도 이를 의식한 듯 “선수단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롯데를 하위권으로 분류하는 전망에 대해 “야구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FA(자유계약선수)로 떠난 자리는 또 다른 선수가 메워줄 수 있다”며 “그렇게 돼야만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준석은 또 “모두 포스트 시즌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마음과 각오로 준비한다면 예상외의 성적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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