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보다 현원 많고 자숙 의미로 총경 승진자 내지 않기로
최고위급 승진은 확대…일선 경찰관 불만도
세월호 참사 당시 부실한 대응으로 조직이 개편된 해양경찰이 창설 이후 62년 만에 처음으로 총경 승진자를 단 1명도 내지 못했다.
4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매년 정기인사 때 10명 안팎의 경정 계급 간부가 총경으로 승진했지만 올해는 총경 승진자가 전혀 없다.
경찰서장 계급으로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승진자를 1명도 배출하지 않은 것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대내외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전에는 조직을 확대하며 총경 간부 수를 늘려 왔다.
1996년 경찰청에서 독립할 당시 24명이던 총경 정원은 현재 42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현재 해경의 총경급 간부는 52명(승진후보 11명 포함)으로 정원보다도 10명이 많은 실정이다.
해경본부는 총경 계급 정원보다 현원이 많은데다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해 자숙한다는 의미로 총경 승진자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본부의 한 관계자는 "인사의 연속성을 위해 몇 명 정도는 총경으로 승진시킬 수도 있었지만 내부 회의 결과 올해 연말까지는 총경 승진 인사를 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정원보다 현원이 많고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자숙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여론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경보다 더 높은 계급의 승진은 예년보다 더 확대됐다.
국민안전처 편입에 따라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가 신설되면서 치안감 승진자는 전년도 2명에서 올해 3명으로 1명이 늘었다. 경무관 승진자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3명이다.
최고위급 간부의 승진은 늘리고 총경급 간부 승진은 억제함으로써 해경본부 조직은 기이한 형태의 구도를 띄고 있다.
조직 개편 후 현재 해경본부에는 경무관직이 6명, 치안감직은 5명이 있다. 경무관과 치안감직 수에 거의 차이가 없다 보니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일단 승진하면 치안감까지는 별다른 경쟁 없이 수월하게 승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 해양경찰관은 "세월호 참사로 조직이 사실상 해체돼 일선 경찰관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는데 경무관급 이상 최고위급 간부들은 오히려 승진의 폭이 넓혀졌다"며 "일선에서는 조직 개편으로 최고위급 간부들만 좋아졌다는 불만도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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