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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우체통과 공중전화

입력
2015.02.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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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 안에 석 달 동안 편지가 한 통도 없으면 그 우체통은 철거 대상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결과, 작년에만 수백 개의 우체통이 거리 위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올해에도 각 지자체에서 이용률이 낮은 우체통을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몇 년이 지나면 길을 거닐다 우체통을 보는 게 아예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체통뿐만 아니라 공중전화 부스도 이미 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왠지 거리 곳곳에 있던 내 기억들이 조각조각 뜯겨져 나갈 것만 같다. 얼마 전 손으로 편지를 한 통 썼다. 근처에 우체통이 없어서 우체국까지 가야만 했다.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못내 서운했다. 우푯값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스스로가 그렇게 못마땅할 수가 없었다. 순간순간의 아쉬움은 쌓이고 쌓여 마침내 애처로움이 될 것 같았다.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는 길, 앞다투어 들어서는 것들과 시나브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LTE가 익숙한 시대에 엽서를 쓰는 일은 아마 뒷걸음질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용이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위안을 준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편지를 들고 우체통 앞으로 달려가던 마음,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끊임없이 동전을 넣어가며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던 순간은 사라지면 안 된다. 우체통과 공중전화가 무용지물 취급을 당할지라도 그때 그 추억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으므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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